[건강비타민] 유아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건강비타민] 유아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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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트라우마란 신체적·정신적 충격을 겪은 다음에 일어나는 정신적 부적응 상태를 말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트라우마란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즉 스트레스는 트라우마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고, 스트레스 중에서 중대한 재난, 범죄, 사고, 충격적 사건 등을 경험한 후 일어나는 반응을 트라우마라고 한다. 대개 만 2~3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긴다면, 주로 어른의 학대 또는 갑작스런 상실(부모의 죽음, 이혼, 별거 등)이 그 원인적 요인들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큰 사건들이 트라우마를 유발하지만, 아이의 연령이 어릴 때는 어른이 보기에 별로 큰 사건이 아니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 아직 발달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아이는 객관적으로 지각하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공포나 불안의 감정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모의 지나친 꾸지람에 대해서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 그래서 나를 버릴 것이다’라는 부정적 해석이 듦과 동시에 엄청난 불안이 생긴다면 트라우마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 만성적 트라우마 상태로 가게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부모는 아이가 잠든 사이에 잠시 물건을 사러 마트에 나갔다. 아이가 깨어나 보니 엄마가 없어서 큰 소리로 불렀더니 엄마가 나타나지 않는다. 더욱 더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다가 심하게 울고 아무리 애원해도 엄마는 결국 나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때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갔다는 판단이 들면서 극도의 공포심을 경험한다. 생존 본능이 위협을 당하는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이 불과 수십 분에 그쳐도 아이는 트라우마를 입게 되어 그 후부터는 절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엄마가 조금만 자신의 옆을 떠나도 그때의 괴로웠던 상황이 다시 생길까봐 미리 겁을 먹고 자지러지게 울며 불안해하는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아이의 트라우마 상태를 엄마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트라우마는 크게 세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재(再)경험 반응이다. 아이가 예전의 힘들었던 외상적인 사건을 떠올릴 때 괴로워하거나 놀이로 재연하기도 한다. 또한 연관된 꿈, 특히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다. 그러다 보니 자다 깨서 울고 잠도 잘 들지 못하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외상적인 사건과 연관된 자극(예: 성폭행 가해자와 닮은 남자 어른, 아동 학대 도구로 쓰였던 매, 교통사고 이후의 버스 등)을 볼 때 매우 불안해하고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둘째, 회피 반응이다. 사건 내용과 연관된 자극을 지속적으로 피한다. 따라서 외상적인 사건을 기억해서 말하는 것 자체를 피한다. 또한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 연관된 사람들, 관련된 물건들을 마주치는 것조차 거부한다. 예컨대 또래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피해 어린이가 어린이집 등원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회피 반응이다.

셋째,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다. 두려움, 죄책감, 슬픔, 수치심, 혼란 등의 부정적 감정의 빈도가 현저하게 늘어난다. 또한 놀이의 제한을 포함하여 중요한 활동에의 흥미나 참여가 현저하게 감소한다. 사회적으로 위축된 행동을 보이고, 긍정적 감정의 표현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때로는 예전보다 더욱 산만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짜증이 늘어나기도 한다.

일단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부모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안심시키기’다. “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아!”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와 아빠가 이제부터 너를 지켜줄게” “엄마와 아빠가 앞으로는 달라질게” 등의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를 자주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등의 스킨십을 제공하고, 친절한 말씨와 부드러운 미소로 아이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 준다. 그 다음으로는 ‘힘들 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가르쳐 준다. 아이가 외상적인 사건을 떠올릴 때 우는 것을 괴로워하겠지만 억지로 울음을 참게 하지 않고 부모 앞에서 마음껏 울게끔 내버려 둔다. 그리고 잠시 혼자 있을 때 많이 힘들면 언제든지 엄마를 찾을 것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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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2014-12-22 23:45:09
모두가 정신에서 오는 문제들이군요
살다 보면 좋은일 만 있을 수는 없는데..

이민혜 2014-12-21 23:40:53
치료되지 않은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었을 때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