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위원회, 헌재에 결정문 제출 요청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세계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가 통합진보당(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결정문을 제출해 달라고 헌법재판소(헌재)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347쪽에 이르는 결정문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베니스위원회는 선고 전부터 이번 결정에 관심을 보여왔었다. 정당해산 심판은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베니스위원회는 유럽평의회 산하기구로 출범했다. 현재는 독립적 국제법률자문기구로 분쟁해결의 조정을 맡고 있다. 유럽연합 47개국이 주축이며 한국도 정식 회원국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13일 베니스위원회 산하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베니스위원회와 세계 헌법재판기관 간 관계를 조정하고 각국 헌재 판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베니스위원회는 앞서 2009년 발간한 ‘정당 제도에 관한 실천규약’ 등을 통해 정당해산 심판 제도를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헌재가 “반국가단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비례의 원칙 등을 강조한 점도 이런 가이드라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베니스위원회가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 후퇴 등의 평가를 할 경우, 그동안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평가를 받았던 한국의 위상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베니스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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