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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종교계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개신교계는 지난해에 이어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불교계는 자승스님 2기 체제 첫해에도 파문이 계속됐다. 송담스님 탈종선언 후폭풍, 금권선거 논란, 선학원 사태, 10.27법난 기념사업 혈세낭비 등 끊임없이 논란이 불거졌다. 천주교는 25년 만의 교황 방한으로 한껏 고무된 한 해를 보냈다. 천도교는 동학 120년을 맞아 동학 정신을 기리며 뜻 깊은 한 해를 보냈고, 원불교도 100주년 기념성회로 어느 해보다 바쁘게 보냈다. 한 해를 마감하며 각 종단별 주요이슈를 정리했다.

천도교 원불교 유교 결산

천도교,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
천주교 서소문 성역화 사업에 반대

원불교, 대산종사 탄생 100주년 기념
종교연합기구 창설 필요성 지속 피력

유교, 서정기 신임 관장 취임 후 병가
성균관, 비상체제 속 개혁의지 내비쳐

◆‘동학농민혁명 정신’ 한반도통일 이바지하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천도교(동학)는 어느 해보다 특별한 한해를 보냈다. 올해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1894년 충청과 호남 등 전국 각지에서 동학교도(천도교인)가 중심이 돼 우리나라의 첫 농민들의 봉기로 알려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해이다.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해 희생된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천도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와 손잡고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10월 열린 120주년 기념식에서 박남수 교령은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은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좌절됐지만 그 정신은 자주적인 개화혁신운동과 3.1만세운동, 분단 후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 등으로 계승돼 왔다”며 “기념사업이 남북한 간의 민족 통일의 원동력이 되고 동북아 평화의 광장을 조성하는 출발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별히 기념식에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농민군 진압에 앞장섰던 일본군 후비보병 부대원 후손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북한에서도 축전을 보내왔다.

천도교는 지난 수십 년간 소원한 관계였던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유족회 등과 함께 손을 잡음으로써 ‘동학 12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내부적으로 화합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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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대산종사의 뜻 ‘종교연합’ 실천

원불교는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했다. 대산종사는 열반 전까지 종교계에 종교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실천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84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그는 교황에게 세계평화를 위한 3대 제언을 하며 종교연합을 강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원불교는 지난 5월 익산 원불교중앙총부에서 ‘대산종사 탄생 100주년 기념대법회’를 열고 그의 정신과 사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원불교 최고 어른인 경산 종법사는 “대산종사는 종교간 화합운동에 심혈을 기울이셨다”며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모든 종교가 종교연합운동을 해야 한다. 종교인이 종교연합운동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종교계가 대산종사의 뜻인 종교연합을 실현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대산종사가 선포한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3대 제언’은 심전 계발(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움) 훈련, 공동시장 개척, 종교연합기구 창설이다. 특히 종교연합을 위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종교계가 종교협력기구에 가입하고 교단대표를 파견하는 종교연합기구 창설 목표를 일관되게 외쳤다.

◆유교 서정기 성균관장 뇌졸중 비상체제 돌입

지난해 성균관 ‘횡령 스캔들’로 최근덕 성균관장이 구속되면서 혼란에 빠진 유교(유림)는 올해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을 선출함으로써 안정된 한해를 보냈다. 성균관장 선출방식을 두고 내부적으로는 임시 집행부와 개혁 세력들 간 대립과 갈등이 난무해 어수선했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지난 3월 성균관은 제30대 성균관장 선거를 치러 서정기 동양문화연구소 소장을 신임 관장으로 뽑았다.

서정기 성균관장은 “유림사회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해 유교문화 창달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인성 회복에 앞장서고 종교간 교류화합에 힘쓰며, 궁극적으로는 세계평화 실현을 위해 뛰겠다고 취임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서 관장은 선출 이후 성균관 개혁 작업에 힘써 왔다. 또 종교계와 사회단체 행사에서 두루 다니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서 관장은 지난 11월말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중태에 빠졌다.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 후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으며 병세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성균관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서정기 관장을 대신해 정한효 수석부관장이 당분간 관장 업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성균관 비상체제는 서 관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성균관과 한국 유림의 개혁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종교간 벽을 허물고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그 중 하나가 지난 10월 열린 ‘2014세계순례대회’다. 세계순례길은 전라북도 내의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유적지와 역사·문화 자원을 순례하는 여정 속에서 서로를 배우고 체험하는 상생의 길이다. 하지만 불교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을 선언해 대회 취지가 퇴색됐다는 우려와 아쉬움을 남겼다.

또 정부와 서울시 중구청이 5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야심차게 추진한 ‘서소문밖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이 특정종단 성역화 사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심각한 역사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논란을 샀다.

서소문 천주교성역화 논란을 빚은 이번 사업은 정치권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 석좌교수(서원대)도 서소문 천주교성역화 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민주가치의 기본인 신앙의 자유를 위해 서소문 천주교성역화 계획은 중지돼야 한다”며 “이 일로 불신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다른 종교와의 화해 공존을 위해 반대운동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정부와 지자체가 특정종단 성역화 사업논란을 일으킨 이번 사업에 관해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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