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2014년 개봉). (사진제공: 대명문화공간)

18일 ‘님아,…’ 진모영 감독 기자회견
흥행 후 언론·관객 관심에 사생활 침해
주인공 할머니, 자녀 집으로 거쳐 옮겨
‘워낭소리’ ‘집으로’ 출연진도 피해 겪어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 100만 돌파를 이뤄 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149만 3645명이 관람했으며, 지금도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출연한 일반인들에게 쏟아진 지나친 관심이 ‘사생활 피해’라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어 내 문제가 되고 있다.

다큐 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02년 4월 개봉한 휴먼 다큐 영화 ‘집으로’에서 부터다. 한류스타로 떠오른 유승호가 아역 배우로 출연한 영화다. 당시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김을분 할머니는 흥행 후 수시로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 6년 후인 지난 2008년에는 할아버지와 소가 만들어낸 감동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독립영화 사상 최초 296만여명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가 흥행하자 경북 봉화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 자택에 언론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무작정 찾아가 사진을 찍는 등 주인공 할아버지 부부의 일상에 피해를 끼쳤다. 또 수차례 걸려오는 장난 전화와 협박 등도 노부부의 일상생활을 어렵게 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장면(2008년 개봉). (사진제공: 인디스토리)

당시 워낭소리 제작진은 “수익금 일부를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드리고 싶다”고 발언해 수익금과 관련된 추측이 삽시간에 퍼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고영재 프로듀서는 “영화 수익금과 관련해 제작자가 ‘로또를 맞았다’는 등 본질이 호도된 논란이 이는 것이 무척 힘들다”며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에 대해 (사생활 침해 등) 많은 경험이 있었는데 이 기회에 모두가 이에 대해 많이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심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제2의 워낭소리’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다큐멘터리 독립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비슷한 상황을 대면했다.

앞서 지난 16일 진모영 감독 및 제작진은 앞으로 맞닥뜨릴 상황에 대비해 호소문을 올려 지나친 관심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진 감독은 “작은 영화, 더욱이 다큐멘터리 영화에 보내주시는 너무도 큰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이루 표할 길 없다. (중략) 하지만 영화가 잘 되면 잘 될수록,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더욱 더 커져가는 걱정거리가 한 가지 있다”면서 “바로 영화의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와 가족 분들에 대한 취재, 관심에 대한 부분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할머니의 안부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관심에 대한 궁금증은 저희 제작진이 답해드릴 수 있도록 할 테니, 부디 할머니께 직접적인 취재나 방문 요청은 절대 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진 감독은 “그러한 흥미와 관심이 ‘돈’으로 옮겨지기 시작하면 할머니에게 다른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고, 어떤 안타까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져만 간다. 이미 이전의 사례들을 통해 모두가 경험했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정확히 대답해 드릴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양해 부탁한다”고 정리했다.

▲ 진모영 감독(아래)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대명문화공간)

제작진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떠나신 후(촬영 중 돌아가심), 할머니는 비교적 건강히 ‘공순이’와 함께 그 집에서 지내셨다. 편히 모시겠다는 자녀들을 물리치고, 76년 일생의 연인과 함께한 그곳에서 지내길 원하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현재 자녀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계신다.

또 할머니와 가족들 모두 현재 상중이며, 소상(1주기)을 갓 지났고 대상(2주기)까지 지나야 상이 끝나게 된다. 아직도 상중인 집안에 찾아가는 것은 도덕적인 상식에서도 벗어나는 일이다.

18일 제작진이 마련한 특별 기자회견에서도 진 감독은 영화의 흥행에 따른 수익과 관련된 많은 추측·소문 등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며, 호소문의 내용과 일맥상통한 당부의 말을 재차 강조했다.

진 감독은 “‘다큐’라는 독립 영화는 실제 사람을 다루는, (그들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 출연한) 그분들은 영화가 막을 내린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분들이다. 영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객들이) 도덕적으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조심스럽다”고 호소했다.

제작진의 이와 같은 자세는 당연하다. 12년 전에도 그랬고, 앞선 선례가 그렇듯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일부 관객들의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제작진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통해 독립 영화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관심과 사랑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정리했다. 덧붙여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큰 선물을 받았으니, 홀로 남으신 할머니의 남은 생을 지켜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스틸(2014년 개봉). (사진제공: 대명문화공간)

한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함께 일구어나간 추억이 바탕이 된 노부부의 삶과 사랑의 면면들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는 그들의 일상에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1년 4개월에 걸쳐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고시리 집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아름답게 담았다.

지난 9월 제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먼저 공개돼 영화제 상영 전석 매진은 물론, 영화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관객상까지 수상하며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작품성과 동시에 공감대까지 폭넓게 형성해 대중성까지 인정받은 것이다.

특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좋은 영화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과 삶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영화”라며 작품에 대해 극찬했다. 작품은 2015년 1월 27일에 개막하는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분에도 초청된 상태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사진제공: 대명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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