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변화된 분위기 반영… 6년 만에 입장 선회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교황청이 6년 전 ‘급진적’이라고 비난했던 미국 수녀들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해 ‘지지’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17일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은 2009년 미국 수녀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이들의 사회참여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사회정의 이슈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이후 보수적인 교계 분위기가 한결 유연해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황청은 전임 베네딕토 16세 시절인 2009년 미국 수녀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수녀의 약 80%(5만 7천명)가 소속된 ‘여성 종교리더십 콘퍼런스(LCWR)’에 대해 2012년 발표된 보고서에는 수녀들이 신앙과 양립할 수 없는 급진 여권신장론자의 주장을 추종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LCWR이 여성 사제 임명을 주장하고, 동성 결혼과 피임에 대해 교회가 완화된 견해를 내놓을 것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사회 쟁점에 목소리를 내온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간된 최종 보고서에서는 수녀들에 대한 비판과, 전에 나왔던 ‘사회정의보다 교회의 낙태 금지 교육에나 신경 쓰라’는 등의 지시가 빠졌다.

보고서는 대신 “우리 모두는 가난한 이들과 사회정의를 염려한다”면서 “이번 발표를 그간 교계와 수녀들이 품었던 불확실성과 망설임을 단합된 신앙으로 대체하는 계기로 삼자”고 요청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LCWR의 수장인 샤론 홀랜드 수녀는 “보고서는 우리를 비난하거나 문제를 뜯어고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수녀들의 활동에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보고서 논조가 비판에서 지지로 선회한 것과 관련해 “모두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이다. 교황은 우리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12만 5천명에 달했던 미국 수녀의 수는 현재 5만명으로 줄었고, 이들의 평균 연령대는 70대 중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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