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위선환(1941~ )

모퉁이는 쓸쓸하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이 쓸쓸하고,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쓸쓸하고, 어느 날은 모퉁이를 돌아가는 내가 쓸쓸하다. 아침부터 걸었고, 날 저물었고, 깜깜해졌고, 진종일 모퉁이에 부딪친 나의 모퉁이 쪽은 모퉁이가 드나들게 파였는데, 나의 모퉁이 쪽은 갈수록 파이고, 나는 아직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다. 나의 모퉁이 쪽은 갈수록 파이고, 나는 자꾸 모퉁이 쪽으로 꺾이고, 어디쯤인지, 언제쯤일지, 모퉁이는 끝 간 데 없고…

[시평]
‘모퉁이’는 어느 면에 속할까? 왼쪽 면, 아니면 오른쪽 면에 속할까? 그렇지 않으면 왼쪽도 오른쪽도 모두를 아우르는 자리가 모퉁이일까? 아니면 왼쪽도 오른쪽도 되지 못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모퉁이일까? 모퉁이란 모두를 아우르는 듯하지만, 궁극에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애매함을 지닌 곳이다. 그러면서 모퉁이는 모가 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리도 부딪치고 저리도 부딪치는 뜻하지 않는 수난 아닌 수난을 겪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 ‘모퉁이’는 바로 이래서 쓸쓸할 수뿐이 없다. 그래서 이 모퉁이를 돌아가는 사람도 쓸쓸하고, 바라보는 사람도 쓸쓸하다. 그러나 이렇듯 모가 나고 그래서 부딪고 또 파이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 쓸쓸함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안쓰럽기 때문일까? 아니 그 모남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함이, 또는 부딪쳐 움푹 파여진 모습이 바로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우리 모두 스스로를 모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에 속하는 듯하지만,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그래서 하루 종일 이리 부딪고 저리 부딪는 그런 고단함이 우리의 삶, 그 본래의 모습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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