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제나라의 극악한 군주 양왕을 죽이고 스스로 제왕임을 자처한 공손무지가 암살당하자 양왕의 동생인 소백과 규가 군주의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툼을 벌였다. 우여곡절 끝에 제나라 왕위에 오른 소백(환공)은 형 규를 멀리 쫓아버렸다.

그해 가을 제나라는 노나라와 건시에서 전쟁을 벌였다.

노나라 군이 패하여 도망치자 제나라 군사들은 재빨리 앞을 가로막고 퇴로를 차단해 버렸다. 노나라를 궁지에 빠뜨린 제나라 환공은 서신을 띄웠다.

“규는 내 형제이므로 내 손으로 죽일 수 없다. 노나라에서 처리해 주길 바란다. 소홀과 관중은 우리 제나라의 반역자다. 그들은 내가 죽여 소금에 절이지 않는다면 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들을 나에게 넘겨주기 바란다. 만약 거부한다면 당장 노나라를 포위할 것이다.”

노나라는 완전 포위당했고 결국 규를 생독이란 곳에서 죽였다. 소홀은 자살했으나 관중은 자신을 제나라로 보내 달라고 했다.

환공이 즉위하자마자 당장 노나라를 공격한 것은 관중을 잡아 죽이기기 위해서였다. 시종 포숙아가 환공에게 아뢰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저의 군주를 따를 수가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우리 군주께서 제나라의 군주에 오르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 저로서는 군주를 모시기에 힘이 부치게 되었습니다. 우리 군주께서 제나라를 거느리실 뜻이라면 고혜와 저 숙아 두 사람의 보좌로서도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천하를 모두 거느리시는 패자가 되시고자 한다면 관이오(관중) 말고는 그 밖에 어디에 적임자가 또 있겠나이까? 관중을 등용시키는 나라는 반드시 천하를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제발 그를 잃지 않으셔야 될 줄 아옵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의견에 따랐다. 그러므로 소금에 절이겠으니 관중을 보내라고 한 것은 실상 구실에 지나지 않았고 관중을 불러들여서 중용을 할 작정이었다. 그러한 낌새를 알아차린 관중이었기에 그 자신을 환공에게 넘기라고 요구를 했던 것이었다.

환공의 요구를 놓고 노나라 조정에서 회의가 열렸는데 혜공의 손자인 시백이 말했다.

“제나라에서는 관중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중용시키고자 꾸미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실현되는 날에는 우리 노나라에서는 화근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관중을 죽여서 시체로 보내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러나 노나라 장공은 그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중을 잡아 그대로 제나라로 보내 버렸다.

포숙아가 국경에 나아가 관중을 맞이했다. 그들 일행이 제나라 도읍 근처인 당부에 이르자 포숙아는 관중의 손과 발을 채워 놓은 쇠고랑을 풀어 줌으로써 죄인의 몸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도읍에 들어가자 환공을 알현하게 했다. 환공은 정중한 예의를 갖추어 그에게 대부(大夫) 벼슬을 내리고 정사를 돌보게 했다.

드디어 환공은 관중을 참모로 맞이하자 포숙아, 습붕, 고혜 등과 함께 나라의 정치를 개혁하기에 이르렀다. 군사제도를 새로이 정비했고, 경제정책을 세웠으며 어업과 제염업을 장려했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등용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정치는 제나라 백성들에게 큰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환공 2년 제나라는 담나라를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담나라 왕은 거나라로 망명했다.

예전에 환공이 제나라에서 거로 망명할 때 담나라 땅을 지나던 일이 있었다. 그 때 담나라는 환공을 무례하게 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환공은 기회가 오면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벼르던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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