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취임 이후 첫 방한인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이미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어 이번 정상회담은 실무적 차원의 회담이 될 거라는 기대가 내심 컸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오바마와 이 대통령의 견해차는 양국의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두 정상 모두 북한 핵문제 해결 의지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그랜드 바겐(핵 일괄 타결방안) 합의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내달 8일로 결정한 것은 대북 문제에 있어 시각차가 없음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그랜드 바겐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 것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해소된 것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견해차가 국내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온 것이다.

현재 미국 의회가 비준 준비 중인 한-미 FTA 문제는 현 정부가 ‘명박산성’ 등으로 중무장해 국내 반대 여론을 잠재우고 강행한 것인데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굴욕외교가 아니냐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한미 FTA 문제에 대해 아주 솔직하고 전향적인 말씀을 해줬고 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자동차가 문제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포함한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재협상이나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추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또 한 번의 파고가 예상된다.

사실 한-미 FTA에서 자동차 분야는 미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불평등 조약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게 유리한 자동차 분야도 내주고 상대적 약자인 농업과 서비스 분야까지 양보하는 실익이 전혀 없는 협상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정부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중국, 인도, EU 등과 잇따라 FTA 협정을 시도하거나 일부 진전을 보이는 동안 유독 미국과의 협정에서 이의가 뒤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미 FTA 재협상 내지 재논의 문제가 제기된다면 무엇이 국익과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따지고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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