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교황 방한 덕에 행복했던 천주교.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종교계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개신교계는 지난해에 이어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불교계는 자승스님 2기 체제 첫해에도 파문이 계속됐다. 송담스님 탈종선언 후폭풍, 금권선거 논란, 선학원 사태, 10.27법난 기념사업 혈세낭비 등 끊임없이 논란이 불거졌다. 천주교는 25년 만의 교황 방한으로 한껏 고무된 한 해를 보냈다. 천도교는 동학 120년을 맞아 동학 정신을 기리며 뜻 깊은 한 해를 보냈고, 원불교도 100주년 기념성회로 어느 해보다 바쁘게 보냈다. 한 해를 마감하며 각 종단별 주요이슈를 정리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선물한 교황
아시아청년대회와 시복식 참석
소탈·공감·소통 리더십에 열광

세 번째 추기경 탄생으로 겹경사
교황, 서임식서 “한국 사랑한다”
정의구현사제단 딴 걸음은 도마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올해 천주교계는 두 가지 큰 경사가 있었다. 하나는 우리나라 세 번째 추기경의 탄생이고, 또 하나는 25년 만의 교황 방한이다. 이 두 가지 이슈는 단지 천주교의 행사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큰 관심을 받게 됨에 따라 천주교계는 올해 주목의 대상이 됐다. 또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정의구현사제단의 ‘박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가 사회 보수층의 반발을 사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래저래 천주교계는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며 종교면을 넘어 사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 번째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 서임

올 1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1)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천주교에 관심이 집중됐다. 고(故) 김수환(1922∼2009) 추기경과 정진석(83)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 추기경의 탄생이다.

로마 가톨릭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바티칸의 교황 아래 하나의 교회이며, 추기경은 교황 바로 아래 최고위직 성직자로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의 협력자다. 추기경은 교황이 서임하며 80세 미만 추기경은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권을 가진다.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추기경은 19명으로 그중 한국도 포함된 것은 달라진 한국천주교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2월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 예식에서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에게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교황은 취임 이후 한국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냈다. 올 8월에는 휴가를 반납하며 아시아청년대회와 순교자 시복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사랑을 나타냈다.

염 추기경은 5월 우리나라 추기경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며 사회의 기대감이 쏠리기도 했다. 한국천주교의 대표인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번 방문은 개성공단 신자공동체의 요청으로 사목 방문한 것뿐이었지만, 평양교구장 서리이기도 한 염 추기경의 방북으로 북한 천주교계와의 만남이나 북측 인사와의 접촉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가 컸다. 또 교황 방한시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쏠렸으나 교황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 “비바 파파!”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천주교계뿐 아니라 한국 전체의 이슈가 됐다. 지난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 이후 25년 만의 한국 방문일 뿐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워낙 세계적으로 이목을 끄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내내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와 파격적 행보는 연일 화제가 됐다. 종교지도자의 방문이었음에도 종교인·비종교인을 떠나 나라 전체가 그에게 열광하고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친히 공항에 마중 나가며 교황의 방한을 적극 환영했고, 정부는 국빈급 방문에 준해 경호 등에 신경을 썼다. 충남과 충북 등 지자체에서도 교황 방한으로 지역 발전과 홍보효과를 기대했고, 경제계 등도 ‘교황 특수’를 반겼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이후 늘 화제가 됐던 소탈하고 친근하며 탈권위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특권을 마다하고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며,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진심어린 태도를 보이며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이런 교황의 모습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지지를 보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쉬운 이 시대에 이상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교황에게 온 국민이 열광하며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 일었다. 당시 ‘이순신’ 열풍을 몰고 온 천만 영화 ‘명량’과 더불어, 우리 사회 참다운 정치·종교지도자가 없다는 아쉬움 속에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리더십이 각광을 받게 됐다.

특히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펼쳐진 카퍼레이드에서 세월호 유족을 대하는 교황의 모습이 큰 화제가 됐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어도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밝힌 것처럼 교황이 보여준 행동은 따뜻한 진심이 전해지며 위로가 됐다는 평가다. 또 장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에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이 전해졌다.

교황의 취재에는 국내외 수많은 보도진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교황과 관련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며 메인을 장식했고 온 국민의 관심도 교황에게 쏠리며 이래저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올해 핫이슈가 됐다. 교황 또한 자신을 환대해줬던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며 한국 방문의 의미를 ‘기억, 희망, 증언’의 세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한국 국민은 열심히 일하고 규율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고 선조에게 받은 힘을 지속해 가는 사람들”이라면서 “전쟁과 분단의 결과로 고통 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들이 형제애와 화해의 여정을 이룰 수 있도록 다함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논란·갈등

지난해에 이어 정의구현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시국미사를 지속한 것도 사회뉴스를 장식했다. 종교를 떠나 사회의 지탄 또는 지지가 쏟아지면서 천주교 내에서도 찬성과 반대,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갈리며 갈등의 모습이 표출됐다. 염수정 추기경과 정의구현사제단의 입장과 의견이 갈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유족에 대한 양측의 대조적인 모습으로 갈등이 크게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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