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나부터 사과’ 운동에 참여한 목회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이날 특히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남 탓 말고 나부터 사과하자’
범국민 릴레이 사과운동 시작
사과 건네며 사과 퍼포먼스

한기총-한교연 화해 장면 연출
양 기관 화합 실천할까 주목
말뿐인 회개·사과 벗어나야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서울 청계천 청계광장에서는 특별하고 눈에 띄는 행사가 열렸다. 우리 사회가 서로 남 탓만 하는 데서 벗어나 ‘나부터 사과’하는 운동을 벌이자는 뜻에서 범국민 릴레이 사과운동 행사가 추운 날씨 속에서 진행됐다.

“나부터 사과합니다” “나부터 회개합니다” “나부터 용서합니다”를 슬로건으로 ‘매년 12월 13일 사과하는 날’로 정하고 범국민 릴레이 사과운동을 이어가자는 이 행사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바라며 우리 사회 전체에 진정한 사과 운동이 일어나길 기원했다.

특히 분열과 갈등·대립의 모습을 보였던 교계연합단체의 대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의 두 신임 대표회장이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며 화해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나부터 사과드립니다’ 범국민 릴레이 사과운동은 나부터국민운동본부(총재 강지원 변호사)와 한국범죄예방국민운동본부(이사장 임원순 목사)가 주최하고 대한민국국민연합(대표회장 이주태 장로), (사)푸른나무청소년네트워크(대표 배영주 목사)가 주관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전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대표회장 신신묵 목사),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대표회장 서상기 목사),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황수원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등 교계단체와 선교기관, 사회·NGO단체, 전국 교회 등 개신교계가 적극 지지했다.

식전 문화행사 후 교계 대표들은 짧게 회개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부분 한국교회의 모습을 회개하고 나부터 변화하여 교계와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길 기원했다.

김명혁 목사는 메시지를 전하며 선배 목회자들을 언급하다 목이 메는 모습을 보였다. 김 목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캠페인 설명회에서도 “예전에 고(故) 방지일 목사님과 함께 죄를 고백하는 모임에 참석했을 때, 방 목사님이 ‘죄를 고백하는 모임이었나, 아니면 죄를 고발하는 모임이었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순수한 고백보다 고발을 하는 모임이 대부분인 것 같다. 행사에 그치지 말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면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날 청계천 행사에서는 특히 사회자의 권유로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이 서로 화해하는 장면을 연출해 이목이 집중됐다.

◆한기총-한교연 ‘화해모드’ 연출

▲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왼쪽)과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오른쪽)이 서로 포옹하며 화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실제 두 단체가 화해와 연합의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과 한교연은 분열된 개신교계의 모습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둘 다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간 이단시비 등 심각한 갈등을 표출하고 서로를 고소·고발하며 극한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문제가 됐다. 홍재철 한기총 직전회장은 한교연과의 통합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냈으나 한교연은 자신들이 내세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통합할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기하성여의도 총회장) 목사로 바뀌고, 한교연도 새로 양병희(영안장로교회) 목사가 선임되면서 다시 화해와 통합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렸다.

13일 열린 ‘나부터 사과’ 운동 행사는 공식적으로 한기총과 한교연 대표회장이 함께 참석하는 자리가 됐다. 이영훈 대표회장과 양병희 대표회장은 함께 사과의 인사를 하고 손을 맞잡고 포옹하며 앞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표회장은 “저부터 사과한다. 한교연과 손잡고 하나 되는 한국교회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고, 양 대표회장도 “한국교회의 분열, 저부터 사과한다”고 화답했다.

분위기상 서로 화해하고 하나 되겠다는 장면을 연출했지만, 이 모습이 그저 하나의 ‘퍼포먼스’로 끝날지, 아니면 양 기관 대표회장이 진정 통합을 위해 노력해갈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사과 나눠주며 “저부터 사과합니다”

▲ 범국민 릴레이 사과운동 ‘나부터 사과드립니다’가 13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서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행사 준비위원장 김진옥 목사는 이날 행사에 대해 “올해가 가기 전 ‘나부터 사과’ 운동으로 개신교가 먼저 반성하고, 이를 통해 새해 새 대한민국이 열리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행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이 행사가 단지 개신교만의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국민 사과운동’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김 목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고, 이로 말미암아 병든 사회와 교회가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마치면서 임원순(한국범죄예방운동본부 이사장) 목사가 12월 13일을 ‘사과의 날’로 선포했고, 참석자들에게 전국 교회와 기업, 교계 언론사 등에서 보낸 사과 1만개를 나눠줬다.

이 캠페인은 자신이 사과하고 싶은 상대에게 사과(沙果)를 건네며 사과(謝過)하는 캠페인으로, 자신에게 회초리를 치며 ‘나부터 회개’ 운동을 벌였던 ‘회초리 기도대성회’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지난 5월과 7월 개최된 ‘한국교회와 목회자 갱신을 위한 회초리기도대성회’는 고 방지일 목사가 생전 함께 참여하며 진행했던 것으로,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무엇보다 종교계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해 변화하자고 목회자들과 개신교인들에게 호소하는 행사였다.

주최 측은 “이번 릴레이 캠페인은 우리 사회에 고질적으로 만연돼 있는 ‘잘되면 내 덕, 잘못되면 남 탓’ 문화를 청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부터 사과합니다’라는 적극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모두가 서로 존중·신뢰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나부터 회개’ 운동이 교회 중심이라면, 이번 캠페인은 범국민운동”이라며 이번 캠페인이 1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게 향후 정부기관이나 종교단체, 시민단체, 기업 등과 협조해 정기적으로 캠페인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올 한해 개신교계는 특히 ‘회개’와 ‘사과’ ‘화합’ ‘연합’ 등의 구호가 많았으나 말로만 그치는 것에서 벗어나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계가 앞으로 앞장서서 회개와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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