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주인공인 마이클 모어 감독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사랑의교회 앞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 단유필름)

다큐영화 쿼바디스
숨기고 싶어 하는 교회 부패
신랄하게 드러낸 다큐멘터리

교회세습에 헌금 횡령·배임
성추행 후에도 회개는 없어

목회자 맹신하는 교인도 多
하나님 부르면서 욕설·비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영화를 관람하던 내내 관람객들은 ‘하아~’ 하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한국 대형교회의 부패상이 고스란히 풍자됐기 때문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실루엣만 보이던 관람객 10여명의 나이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한 사람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이 정도로 부패한 줄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며 극장 문을 나섰다.

한국 대형교회의 부패를 풍자한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가 10일 개봉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대형 멀티플랙스에서 개봉하지 않아 극장을 찾기조차 어려웠지만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모였다. 첫날 관람객은 3000여명으로 추산돼 많지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주요 포털 영화 사이트에서는 네티즌 평점, 관람객 평점이 모두 9점대를 넘어서며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사랑의교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랑의교회 전경과 오정현 목사의 얼굴을 삭제하지 않은 채 방영됐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사랑의교회는 영화 제작진에 내용증명을 보내 오 목사의 얼굴과 사랑의교회 전경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영화 쿼바디스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한국교회의 부패상이 총망라됐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소망교회, 삼일교회 등 내로라하는 대형교회가 걷고 있는 성장‧물량주의, 탐욕을 지적했다.

“로렌 커닝햄 선교사가 얼마 전에 한국을 다녀가서 한 가지 예언을 했습니다. 이번에 한국교회를 방문했는데 한국교회가 너무 돈을 사랑하고 한국교회 지도자들 너무 악하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못 본 게 있는데 한국교회(교역자들)는 너무 거짓말을 잘합니다. 눈 하나 깜짝 안합니다. 입만 살았죠. 실상은 주님 눈앞에 죽은 자와 같아요. 장난이 아니에요. 주님은 회개하라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라고 해요. 이게 한국교회의 형편입니다. 진짜 주님 보시기 썩어 냄새나는 곳은 손도 못 댄다는 것이에요. (故 옥한흠 목사 생전 설교 중)”

▲ 예수의 형상을 한 배우가 한국교회를 향해 회개를 촉구하는 영화 마지막 부분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 단유필름)

◆권력·돈 좇는 한국교회 민낯 조명

권력과 돈에 취한 목회자와 교인들의 이중적인 모습들은 특히 더 집중 조명을 받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 목회자들의 부패에는 탐욕이 저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횡령‧배임 문제, 왕성교회 길자연 목사의 교회 세습, 사랑의교회 최대형 예배당 건축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했다. 예장합동 총회 현장에 용역을 동원하고 가스총을 들고 와 위협한 황규철 총무의 민낯도 여과 없이 상영됐다. 또 목회자들에 대한 막대한 전별금 지급 논란, 성추행 논란으로 삼일교회를 사퇴한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에 대한 내용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영화 속에서 감독은 목사에게 “성도들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창피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회개를 요구하지만 목회자들은 들은 채도 않거나, 얼토당토않은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교회는 점점 커졌고, 예수는 점점 작아졌다. 아버지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고 아들 목사가 다음 주인이다. 모두 탐욕에 눈이 멀었고, 이 땅에서 예수를 죽여버렸다.”

감독은 옥한흠 목사의 지적처럼 ‘주님 보시기에 썩어 냄새나는 곳’이 돼버린 오늘날 한국교회의 부패의 근본적인 이유로 일제 감정기 때 한국장로교의 신사참배를 꼬집었다. 1938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신사참배를 가결한 후 목회자들은 1942년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일본 해군에 전투기 ‘조선장로호’를 헌납했다.

이후 권력을 좇은 목회자들의 행보는 계속되고, 급기야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은 군부세력을 찬양했다. 전두환 군부는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 진압해 541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 76명, 부상 3139명, 구속 및 구금 1589명 등의 인명피해를 냈음에도 목회자들은 이를 오히려 두둔하고 찬양한 것이다.

이 때 기도회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초기 설립 주축이 됐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인들이 추앙하는 한경직 목사는 이때 한기총의 대표회장으로 추대됐으며, 정진경 조향록 목사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 극 중 주인공인 마이클 모어 감독과 카메라 맨이 부패한 목회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잠복하는 모습. 영화 스틸컷. (사진제공: 단유필름)

◆“제발 경건·절제로 돌아갔으면… ”

영화의 처음 장면도 지난 2010년 6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준비위원장 이영훈 목사)’를 지적하며 시작됐다. 이날 간증자로 조지 W. 부시 전 미대통령이 참석했다.

영화 속 주인공 감독은 이라크 전쟁을 승인해 144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통령을 평화기도회 간증자로 세우고 수만명의 신도들을 동원한 대형교회의 모습에 실소를 날렸다. 사실 당시 일부 목회자들은 기자회견과 성명 등을 통해 이 같은 여의도순복음교회 행보에 강한 질타를 보냈다.

유엔과 서방 여러 나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장본인을 평화기도회 간증자로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영화는 이처럼 권력에 아부하고 돈을 좇는 오늘날 목회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감독의 의도는 제목 ‘쿼바디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쿼바디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말은 성경사도행전 외경에 나온다. 로마에서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예수의 제자 베드로는 로마를 떠나 도망을 가려 했다. 그러나 환상 중 예수를 만났고, 예수는 오히려 십자가를 지고 로마로 향했다. 예수는 이때 베드로에게 “네가 내 양들을 버리고 가니 내가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히러 간다”라고 말했고, 베드로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 것으로 기록됐다. 양떼들을 뒷전으로 하고 자신을 위한 목회를 하는 목회자들을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강조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목회자들의 행위를 보고도 교인이 침묵하고, 더 심하게는 오히려 그러한 목회자를 두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부패한 목회자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등 현장에는 항상 그를 맹신하고 추종하는 교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추종하는 목회자의 부패를 취재하는 언론을 향해 욕설과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신들과 함께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교인들에 대해 감독은 “김빠진 다이어트 콜라 같은 느낌, 천국엔 가고 싶은데 사회 정의에는 별로 관심 없고, 거대한 불의를 보고도 분노할 줄 모르는 로봇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제발 경건과 절제의 자리로 돌아가라. 지금은 건물을 지을 때가 아니라 제2의 종교개혁을 일으킬 때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어디에서 있는가. 너희들은 왜 침묵하는가. 모두 다 어디로 숨었는가. (영화 ‘쿼바디스’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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