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20종을 소재로 했다. 특히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42차 ‘The Union 항결핵 세계총회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에서 2위에 입상하며, 2014년 씰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결핵 퇴치 운동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씰’
우리나라, 1932년에 셔우드 홀 통해 시작
최초 발행한 ‘남대문’ 씰… 원래 도안은 거북선
대한결핵협회, 이색 디자인 우표형스티커로 발행
올해 크리스마스 씰, 세계 콘테스트서 2위 입상

▲ 세계 최초의 씰 발행자 아이날 홀벨(Einar Holboell)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1904년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결핵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결핵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겐 더욱 치명적이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코펜하겐의 작은 마을 우체국장 아이날 홀벨(Einar Holboell)은 성탄절마다 우체국에 쌓이는 우편물에 우푯값 정도의 씰을 붙여 그 기금으로 결핵 퇴치 사업에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의 청원을 들은 당시 덴마크 국왕 크리스천 9세는 그해 12월 씰 모금을 허용했고, 이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 씰의 효시가 됐다. 우표와 함께 부착되는 씰은 이렇게 탄생했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 운동은 유럽과 아메리카를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됐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의 정표

1932년 12월, 우리나라에서도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Sherwood Hall)을 통해 씰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셔우드 홀은 캐나다에서 의학 공부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26년부터 해주구세병원에서 일하다가 1928년 해주구세요양원을 설립했다.

셔우드 홀은 1932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하면서 발행 동기를 “첫째로 한국사람들에게 결핵을 올바르게 인식시키고, 둘째로 만인을 항결핵운동에 참여시키는 것, 즉 씰 값을 싸게 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 모두 사도록 하고, 셋째는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하는 결핵 퇴치사업의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셔우드 홀과 함께 일하던 문창모 박사와 크리스마스 씰 위원회 집행위원이었던 김병서 선생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셔우드 홀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씰 도안은 한국인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그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임진왜란 때 용감히 왜군을 물리친 거북선을 소재로 했으나, 당시는 일제 강점기였기 때문에 거북선 그림으로는 발행 허가가 나지 않았다. 결국, 일본 외교담당자의 암시를 받고 남대문으로 소재를 바꿔 발행했으며 1937년에 재판됐다. 첫해 씰 모금액은 당시 화폐로 850원이었다.

1932년 이후 1940년까지 9차례에 걸쳐 씰이 발행됐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발발 직전에 씰 운동을 하던 셔우드 홀이 스파이의 누명을 쓰고 일본 헌병대에 의해 강제로 추방되면서 발행이 중단됐다.

당시 씰 운동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지금도 회자되는 씰 초창기에 일어난 한 에피소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결핵을 앓던 한 여인이 씰을 가슴에 붙이고 셔우드 홀을 찾아와 “선생님, 저는 씰을 이렇게 가슴에 붙였는데도 낫지 않습니다”라고 호소했던 것이다.

▲ 1988년 농악놀이 씰(위)은 세계 씰 콘테스트에서 국내 최초 1위를 했다. 2009년 대중적 인기를 얻은 김연아 씰(왼쪽)과 2011년에 발행된 뽀로로 씰(우표형스티커).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우리나라는 8.15 광복 후 1949년 문창모 박사가 주도해 한국복십자회에서 씰을 발행했고, 1952년에 한국기독의사회에서도 씰을 발행했으나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 성금 운동으로 착수, 지금까지 매년 발행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씰은 결핵 퇴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매년 다양한 주제와 디자인으로 모금 운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씰 노래도 있다. 노래는 후렴구의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사랑과 사랑이 담겨있는 온 세계 누구나 반기고 기뻐하는 우애의 정표 크리스마스 씰”이라는 노랫말로 끝난다. 이 노래는 1989년에 크리스마스 씰 모금의 주 대상인 학생들이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시인 구상씨가 작사하고 길옥윤씨가 작곡해 1993년 창립 4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조선일보 소년소녀합창단이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 1932년 우리나라 최초로 발행된 남대문(지금의 숭례문) 씰(왼쪽)과 셔우드 홀이 도안한 거북선 씰. 거북선 씰은 일본에 의해 허가되지 않았다.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올해의 씰, 세계 크리스마스 씰 대회 입상

대한결핵협회(회장 정근)가 올해의 씰을 발행,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결핵 퇴치 기금마련을 위한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펼친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점차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자연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백두대간에 자생하는 고유 동식물’ 20종을 소재로 했다. 총 10매 1시트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42차 ‘The Union 항결핵 세계총회 크리스마스 씰 콘테스트’에서 2위에 입상하며, 2014년 씰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정근 회장은 “한 장의 작은 크리스마스 씰에는 나눔과 사랑, 평화가 담겨 있다. 국민들의 작은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취약계층 결핵발견 및 지원, 학생 결핵환자 지원, 홍보, 결핵균 검사, 연구, 저개발국 지원 등 결핵 퇴치사업에 소중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대한결핵협회는 연간 200만 명의 결핵 검진사업을 통해 결핵 조기발견과 더불어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도서 산간지역 주민 등 취약계층 집중 검진, 노숙인 결핵시설 ‘미소꿈터’ 지원, 불우 결핵시설 후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 2013년 씰 판매액 (사진제공: 대한결핵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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