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가 동성애 신자와 이혼한 신자를 포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지난 1년간 가톨릭교회는 동성애 허용 금지 등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에 대한 논의로 의견이 분분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발간된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씨온(La Nación)’과 인터뷰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 자녀를 둔 가정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주교들이 고민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동성애 신자에 대해 언급했다. 이는 올해 10월에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폐막 연설 이후 처음이다.

교황은 또 재혼한 신자는 대부나 대모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들은 사실상 교회에서 제명당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들은 영성체를 행할 수 없고 주일학교에서 가르칠 수도 없다. 그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이 7가지쯤 된다. 따라서 우리가 문들을 조금 더 열자”고 말했다.

교황은 “이혼하거나 재혼한 대부모도 대자녀에게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실수를 저질렀지만 주님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따르며 죄로부터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 그리스도적인 것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재혼한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문제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현재 천주교는 초혼이 무효로 선언되지 않는 한 재혼한 신자에게 영성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교황은 지난 20개월의 임기 동안 전통주의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의견차가 있을 때 숨어서 중얼거리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좋은 징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주교 시노드에서는 가톨릭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문제, 즉 동성 결혼, 이혼, 빈곤, 가정 폭력, 일부다처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더 나은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일부 주교들은 동성애 커플에 대한 공개 지지를 촉구하고 재혼한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전통주의적 시각을 지닌 주교들은 강하게 반발해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개혁적 성향을 보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교 시노드 중간보고서에 대해 “누구도 동성 결혼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동성애 자녀를 둔 부모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등을 가정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은 내년 10월 열릴 주교 시노드에서는 ‘동성애 아들이나 딸을 둔 가정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최근 교황청 대심원장에서 경질된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언급하면서 바티칸의 관료 체제 개혁은 “천천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통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버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도하는 교회는 “방향타 없는 배 같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은 버크 추기경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대심원장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오는 17일 78세 생일을 맞는 교황은 건강 상태가 어떻냐는 질문에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성치 않은 곳이 한두 군데는 생기게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에게 맡겨진 소임을 해내는 데 무리가 없다”고 답했다.

새벽 4시 30분이면 기상해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생일에도 일정을 거르지 않고 수행원들과 함께 생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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