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 줄이려 야구·미식축구·농구 등 비디오 판독 적극 도입

지난 2월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제43회 슈퍼볼은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계 하인스 워드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애리조나 카디널스를 27-23으로 꺾고 3년 만에 슈퍼볼 정상을 탈환한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이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팽팽한 접전을 펼친 탓도 있겠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한 심판들의 정확한 판정도 명승부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이 경기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경기 종료 42초를 남겨놓고 벤 로슬리스버거의 패스에 이은 산토니오 홈스의 재역전 터치다운이었다. 피츠버그가 20-23으로 뒤지며 애리조나의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었기에 홈스의 터치다운은 이날 명승부의 절정이었다.

그런데 홈스는 터치다운을 한 뒤 몸이 완전히 라인 바깥으로 넘어가 있었다. 심판들도 터치다운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계진 역시 순식간에 일어났던지라 리플레이를 봐야만 했다. 결국 공을 잡았을 때 발이 라인 안쪽에 있었고 낙하하면서 상대 선수에게 밀려난 것으로 판명되면서 피츠버그의 재역전승으로 귀결됐고 홈스는 ‘마약상에서 슈퍼볼 최우수선수(MVP)’가 된 ‘신데렐라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1쿼터 4분 49초 만에 로슬리스버거의 터치다운이 무효로 처리되는 등 오심이 나올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을 비디오 판독으로 바르게 처리했다.

비디오 판독은 미식축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스턴트 리플레이(instant replay)’라고 일컫는 비디오 판독은 농구, 야구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농구의 경우 슈팅했을 당시 공격시간 내에 이뤄졌는지 아닌지를 가려낼 수도 있고 버저비터였는지 아닌지도 비디오 판독으로 알아낼 수 있다. 야구에서는 홈런성 타구의 결과 여부도 비디오 판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홈런이 파울 폴대를 벗어난 파울인지 홈런인지도 이를 통해 판독해낼 수 있다.

보수적인 스포츠에 속하는 테니스 역시 정확한 판정을 위해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턴 샷 등이 선 바깥으로 나갔느냐 아니냐는 모두 주심의 권한이었기 때문에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호크 아이 시스템’ 도입으로 선수들의 불만이 사라졌다. 바깥으로 나갔는지 아닌지 의심쩍을 경우 선수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챌린지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레이싱이나 아이스하키 등 여러 종목들이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지만 축구만큼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논리로 심판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대기심을 포함해 심판 4명이 넓은 지역을 모두 커버하기 힘들고 더욱 교묘해지는 선수들의 파울을 완전히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골라인을 넘어선 득점 여부와 선수들의 파울, 오프사이드 등 여러 가지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또한 TV를 보는 시청자가 리플레이 등을 통해 심판보다 더욱 정확한 눈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전혀 인정하지 않다보니 언제나 뒤끝이 좋지 않다.

아일랜드와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에서 발생한 티에리 앙리의 ‘핸드볼 사건’으로 축구팬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소한 득점인지 아닌지와 페널티 지역처럼 득실점과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곳에서 일어나는 파울만이라도 비디오 판독을 사용해 잡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다.

만약 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득점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앙리의 핸드볼 파울이나 일부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위해 페널티지역에서 교묘하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다이빙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은 과학의 힘을 빌려 판정할 생각은 없는 듯 보인다.

앙리 사건에서 보듯 언제나 오심은 추악한 결과와 함께 무성한 뒷말만을 남긴다. 반면 앞선 미식축구의 예에서 보듯 정확한 판정은 극적인 명승부를 이끌어내고 찬사가 남는다.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적이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오심이 경기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오심을 줄이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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