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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탈퇴 이전엔 “최악의 이단” 결정 동의하더니…

‘삼신론·월경잉태설’ 이단 논란
한기총-예장합동 판단 제각각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순식간에 이단이 됐다가 또 이단 해제가 이뤄지는 오락가락 이단 잣대가 한국교회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소속 목회자에게 이단 규정 권한을 줬다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분열 이후 그를 돌연 이단으로 몰아세웠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은 한기총과 함께 이 인물을 이단이라고 비난하더니 한기총 탈퇴 후에는 이단이 아니었다고 번복 결정하는 등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이단’의 규정에 교인들은 어지럽기만 하다.

지난 9월 한기총을 최종 탈퇴하고 단독행보를 보이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 총회가 이달 초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임원회를 열고 최삼경 목사에 대한 이단규정을 해제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한기총의 잇따른 이단해제를 문제 삼아 탈퇴를 결정한 예장합동이 탈퇴 후 오히려 이단 해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 목사는 예장합동이 한기총에 소속됐을 당시에는 명백하게 이단으로 규정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예장합동은 지난 9월 개최한 제99회 정기총회에서 한기총 탈퇴를 최종 확정했다. 이와 함께 한기총이 이단으로 지목한 최삼경 목사에 대한 이단성을 부인하는 내용이 담긴 ‘제91회 정기총회 결의 헌의안’ 통과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한기총 탈퇴 결의로 눈치 볼 필요가 없어져 최 목사에 대한 이단 해제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총대들은 당시에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후 지난 10월 24일 대전 유성에서 열린 임원회에서 관련 헌의안을 유보해 최 목사의 이단 규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2달여 만인 지난 4일 임원회가 결정을 번복해 최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개신교계에서 최 목사에 대한 이단규정 논란이 일어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는 신학적인 부분에서의 논쟁이며, 그 다음은 한기총과 한교연과의 골 깊은 갈등 관계에 따른 정치적인 부분이다.

최삼경 목사는 삼신론과 월경잉태론을 주장해 한기총으로부터 지난 2012년 ‘최악의 이단’이라는 정죄를 받았다. 한기총 질서확립위원회는 지난 2011년 11월 24일 보고서를 통해 “소위 월경잉태론이나 삼신론은 그리스도의 선재성을 약화시켜 예수의 신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마리아의 월경이 아니면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 성령으로 잉태하신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정하는 이단사상”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칼빈을 왜곡해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을 생물학적 주장으로 웃음거리로 만들어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 결과를 가져왔다”며 “교회사에 등장한 이단들 중 가장 악한 이단이라 할 것”이라고 최 목사를 평가했다.

이에 대해 예장합동 신학부는 최 목사의 삼신론 주장과 관련해 “표현상 신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이단성이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판단했다. 월경잉태설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못한 말이요, 불필요한 사색이지만 이단성이 없다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총회는 이를 그대로 받으며 이단성을 부인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은 한기총이 최 목사를 이단으로 지목한 의도가 불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기총은 이단해제 문제로 한교연과 지난 2011년 분열했다. 예장통합 등 주요 교세를 좌우하던 교단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며 한기총은 순식간에 절반 이상의 세력을 빼앗겼다. 이후 한기총은 이단 해제를 문제 삼는 한교연의 주축 세력인 예장통합의 이단대책위원장인 최 목사를 오히려 이단으로 지목하며 이단 해제 논란을 잠재우려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한기총은 최삼경 목사의 이단성을 검증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1년 11월 21일 최 목사를 소환해 청문회를 열고 이단 논란과 관련한 질문들을 쏟았다. 최 목사는 질문에 대한 답변 대신 자신이 10여 년 동안 한기총에서 이단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내역들을 내세웠다.

당시 최 목사는 한기총이 자신의 이단문제를 채택한 동기와 과정이 선명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자신이 이단이라면 “한기총이 이단자를 통해서 이단을 대처하게 한 꼴이 된다”고 도리어 역공격했다. 결국 이단성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대위원을 세운 한기총이 뒤늦게 최 목사를 이단으로 정죄해 누워서 침을 뱉은 꼴이 됐다.

그러나 최 목사가 한기총의 타깃이 될 만한 이유는 있었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최 목사와 A이단연구가에 대한 이단 조작 공모설의 원인이 된 녹취록이 언론에 돌아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최 목사와 A이단연구가가 총신대학생들과 여러 교단을 활용해 한 교단을 이단으로 만드는 공모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녹취록에서 먼저 신학생들과 여러 교단을 통해 여론몰이를 한 다음 언론에 부정적인 내용을 유포해 보도하게 함으로 한 교단을 이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모의했다.

이단규정으로 인한 실제 피해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6월 30일에는 레마성서연구원 이명범 목사가 이단으로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그는 국제크리스천학술원(CAI)에 이단성이 없음을 입증해달라고 요청해 ‘이명범 목사 신학사상검증 보고서’를 받아 게재했다. 이단해제를 받기 위한 일개 목회자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이는 ‘이단 규정’이 횡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단적인 사례가 됐다. 이명범 목사는 최 목사가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이단으로 규정했던 인물이다.

한기총은 2012년 12월 21일에는 “통합 측이나 한교연이 이단조작자들에 의해 재판 없이 타교단 인물이나 언론을 이단으로 정죄하는 일에 대해 다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며 “최삼경이나 그 추종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이단 또는 옹호자 등으로 정죄된 단체나 교단, 개인에 대해 재심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 같은 행보는 다른 교단들의 반발을 샀고, 오히려 무분별한 이단해제 논쟁을 낳았다. 발표 후 한 달이 채 못돼 한기총은 2013년 1월 3일 개신교계가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류광수 씨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고 발표하고, 곧이어 14일 이단 해제했다.

신학교수들은 한기총의 이단해제에 거세게 항의했고, 급기야 소송전으로 번졌다. 그럼에도 같은 해 12월 17일 한기총은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에 대한 이단규정까지 해제하며 강행을 이어갔다. 박 목사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이 모두 이단으로 규정했던 전력이 있었고, 이에 한기총에 잔류하고 있었던 예장합동까지 탈퇴를 결의하는 등 여파가 컸다.

그러나 한기총은 물러서지 않고 더 강수를 뒀다. 당시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였던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교단탈퇴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았고, 양측의 관계는 회복 불능 상태로 치달았다. 최근 한기총의 수장이 바뀌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예장합동이 최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을 해제했지만 교계 내 최 목사의 삼신론과 월경잉태설에 대한 이단 논란은 여전하다. 또 최 목사와 이단연구가들 사이의 이단조작설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이단’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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