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끝난 11월을 지나 12월에 들면서 스포츠에서 연말 시상식이 이어진다. 프로야구 골든글러브상, 프로축구 K리그 상 등 양대 프로스포츠 시상을 비롯해 국민생활체육회 유공자 상, 올림픽 성화회 체육상 등 아마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여러 시상 등이 펼쳐지는 모양이다. 각 부문에서 올 한 해를 빛낸 이들이 주로 수상자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수상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점차 각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린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인생 역전’의 감동적인 개인스토리를 가진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도 SNS 시대를 맞아 인간관계의 확장 속에 선수들의 소소한 일상적인 얘기까지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개의 수상자 결정에서 팬들의 SNS 참여가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프로야구 MVP 대상을 차지한 넥센 서건창과 프로축구 K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전북 이동국이 그런 경우이다. 올해 MVP를 차지하리라고는 두 사람 스스로도 미처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MVP는 우연처럼 찾아왔지만 거기에는 피와 땀, 눈물이 있었다.

서건창은 연습생에서 일약 스타가 됐다. 서건창은 올 프로야구에서 타격(타율 0.370), 최다안타(201개), 득점(135점)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2년 신인왕 출신인 그는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류현진(LA 다저스, 2006년 동시 수상)에 이어 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최고의 선수에 올라섰지만 그는 한때 ‘연습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어 다녔다. 고교시절 유망주로 주목받았으나 2007년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뒤 가시밭길을 걸었다. LG 연습생 신분을 거쳤으나 팀에서 방출된 뒤 군입대 무렵 상무, 경찰청에서 받아주지 않아 일반병으로 근무했다. 2011년 넥센에서 두 번째 연습생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2시즌 주전 내야수 김민성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 뼈를 깎는 훈련으로 다져진 정신력과 정교한 타격, 그리고 빠른 발을 선보이며 마침내 주전 2루수로 자리 잡았다.

전북 이동국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바로 윗세대 선배들 같으면 이미 은퇴를 했을 나이에 그는 오히려 최정상급 선수로 맹활약 중이다. K리그 최우수선수는 이를 실력으로 입증해 준 셈이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3골(1골 차 득점 2위)과 6도움으로 전북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십대의 나이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동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의 낙점을 받지 못해 출전조차 못해 큰 실의에 빠졌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 개막 3개월 전 불의의 부상을 당해 선수 생명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재활훈련과 보강운동에 집중해 재기에 성공한 그는 2008년 성남에서 전북 최강희 감독에 의해 팀을 이적한 뒤 수년째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라이트 플라이급에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신종훈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한국 복싱에 금메달을 안겨준 대들보이다. 세계정상급의 실력을 갖추고도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허망하게 탈락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기어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을 풀고야 말았다. 국가대표와 경기인 출신 학자들의 모임인 올림픽 성화회는 신종훈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올해 체육상 경기부문 수상자로 시상했다.

여러 스포츠 시상식에서 수상을 한 이들의 힘든 역정과 경험들은 ‘스포츠는 삶을 풍성하게 한다’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개인화, 세분화, 전문가가 두드러지는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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