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소이
권서각(1952~ )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재수도 하지 않고 지게 대학 갔다던 친구
내 이름 부르지 않고 권 박사라 부른다
나란히 서서 오줌 누다가 힐끗 보고 왈
대동소이하네, 낄낄낄
몸으로 수고로이 살아온 너나
골머리 썩이며 살아온 나나
친구야, 우리 참으로
대동소이(大同小異) 하구나

[시평]
지난 세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버지 따라 지게 대학으로 곧바로 진학하는, 다시 말해서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더 많았었다. 아버지를 도와 모를 심거나 밭을 매다가, 교모에 교복을 떡 하니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도 보면, 왠지 고개가 움츠려 들고, “쟤는 좋겠다” 속으로 되뇌던 때가 몇 번이었던고.
이제는 나이가 들이 얼추 환갑이 지나, 펜대잡고 일하던 친구나 평생 농사짓던 친구나 모두 하던 일 조금씩 접어두고 고향에 내려와 사는 때가 되면, 그 시절 중학교 모자 쓰고 가방 들고 다니던 너나, 지게 짊어지고 다니던 나나, 왠지 그게 그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막걸리라도 한 잔씩하고 거나해져서 함께 나란히 서서 논바닥을 향해 오줌이라도 눌라치면, 논배미로 질질 흐르는 약해진 오줌발. 서로 힐끗힐끗 쳐다보며, 네나 내나 대동소이하구만. 낄낄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살아온 길은 서로 달라도, 이가 바로 친구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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