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 등탑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지난 4일 한기총은 국방부 허가를 받아 9m 높이(기존 등탑 높이18m)의 성탄트리를 세운다고 밝혔다. 성탄트리는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임시로 설치된다.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약 2주간 점등할 계획이며, 점등식에는 한기총 교인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철거 전 애기봉 등탑. (사진출처: 뉴시스)

애기봉 등탑 사태 전말
지난 10월 안전문제로 철거
뒤늦게 사실 안 대통령 호통
보수교계, 등탑복원 강력촉구
진보 “북한 자극하지 말아야”

한기총, 23일부터 2주간 점등
北 “한기총, 사이비종교집단”
김포시민 “꺼질 때까지 불안”
“트리보다 신앙 바로 세워야”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성탄트리 하나에 진보와 보수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 등탑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지난 4일 한기총은 국방부 허가를 받아 9m 높이(기존 등탑 높이 18m)의 성탄트리를 세운다고 밝혔다. 성탄트리는 경기 김포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을 철거한 자리에 임시로 설치된다.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약 2주간 점등할 계획이며, 점등식에는 한기총 교인 2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2일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한기총의 애기봉 트리 점등식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기총은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자 통일의 염원을 담은 애기봉 트리가 순수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기총의 트리 점등 소식에 북한 종교단체인 조선종교인협의회(조종협)은 ‘한기총은 사이비종교집단’이라고 맹비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조종협은 “(애기봉 트리 점등은) 신성한 종교를 동족대결에 악용하는 용납 못할 망동”이라며 “군사적 불상사까지 돌아오는 반민족적·반통일적·반인류적 범죄”라고 비난했다.

특히 한기총에 대해 “종교인의 신앙심과 민족적 양심마저 버리고 반공화국 모략소동의 돌격대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점등식을 끝끝내 강행한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애기봉 등탑 논란은 국방부가 지난 10월 안전상의 이유로 43년 만에 기존 애기봉 등탑을 철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북한에서 겨우 3㎞ 떨어진 애기봉 등탑은 불을 밝히면 개성에서도 볼 수 있다. 실제 이 애기봉 등탑을 본 북한군이 ‘남한은 전력도 풍부하고 잘 산다는 생각을 하게 돼 탈북을 결심했다’고 고백한 것을 보면 화려하게 밤하늘을 밝힌 등탑이 북한군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은 애기봉 등탑을 대북 선전시설물이라며 지속적으로 철거요구를 해왔다. 2010년에는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시설안전을 빌미로 북한 무서워서 철거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등탑 철거 보도 이후 가장 펄쩍 뛴 곳은 보수 개신교계다. 한기총과 한교연 등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애기봉 등탑 복원을 촉구했다.

◆애기봉 등탑 언제부터 켜졌나


한기총에 따르면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은 1953년 6.25전쟁 당시 한 병사가 성탄절 때에 평화를 기원하며 세운 성탄트리에서 유래했다. 공식적인 점등 기점은 1954년부터로 본다. 최근 철거된 애기봉 등탑은 1971년 애기봉 전망대에 설치된 철탑으로 철거되기 전까지 연말이 되면 점등돼 성탄트리 역할을 해왔다.

밤에 불을 밝히면 북한 개성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지난 43년간 대북 심리전의 상징이기도 했다. 애기봉 등탑 점등 행사는 남북이 지난 2004년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선전활동 중지 등에 합의함에 따라 중단됐으나, 지난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다시 허용됐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말에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정됐던 점등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등탑 사라진 자리, 논란은 점화

지난 10월 뒤늦게 애기봉 등탑 철거 소식을 접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왜 등탑을 없앴느냐, 도대체 누가 결정했느냐’면서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이에 청와대는 뒤늦게 국방부와 해병대 등 관련 기관을 상대로 등탑 철거 경위를 조사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철거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국방부는 “김포시의 애기봉 평화공원 조성 계획에 따라 등탑과 전망대 등 시설물을 내년 3월에 철거하기로 지난해 합의했으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철거 시점을 앞당겼을 뿐”이라며 애기봉 철거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새로 건립될 전망대에 대북 심리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호통’ 소식에 “어이없는 일”이라며 “국방부는 새로 짓는 전망대에 대북 심리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 설치를 검토 중이라면,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보수 기독교연합단체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모처럼 한목소리로 애기봉 등탑이 평화의 상징이라며 복원을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논평을 통해 “여론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등탑을 철거한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포시민은 불 꺼질 때까지 불안”

애기봉 등탑 설치를 강력히 촉구해온 한기총이 9m 높이의 임시 성탄트리를 점등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김국도 원로목사가 ‘기존 높이로 원상복구 하라’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일부에서는 북한 무서워서 2주만 켜냐며 기간을 문제 삼았다.

반면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진보 성향의 교계와 사회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등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성탄트리의 불빛을 본 북한 군인이나 주민이 우리의 소망처럼 감동을 받을지는 의문”이라며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든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면 북한과의 신뢰프로세스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포시민들은 안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김포지역 네티즌 아이디 벼리맘(ji****)은 “친정이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인데 너무 무섭다. 친정 엄마에게 보따리 싸서 장기동으로 오라했다”면서 “그 사람들(한기총 교인들)은 불 켜놓고 가면 그만이지만, 김포시민은 불 꺼질 때까지 불안하다.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건 평화와 사랑의 상징이 아니지 않냐”고 토로했다.

한편 애기봉 트리 논란을 지켜본 네티즌 이** 씨는 “하나님이 보시면 한탄할 일이다. 목회자들이 (애기봉) 성탄트리에 목맬 것이 아니라 신앙을 바로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애기봉 등탑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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