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현대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각종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대인 간 갈등도 증폭되고 있으며, 심지어 가족 간에도 화목도가 저하되고 있다. 그 결과 정신질환 혹은 정신과적 문제가 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우울증은 잘 알려진 질병이지만, 소아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무런 걱정 없이 부모가 마련해주는 의식주 생활에 그저 친구들과 뛰어놀고 공부만 하면 마냥 행복해할 것 같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예상 외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그 결과 소아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소아의 경우 2%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청소년이 되어서는 4~8%로 유병 비율이 급증한다.

일반적으로 성인 우울증의 경우 말 그대로 우울한 기분과 슬픈 감정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데 비해서 소아 우울증은 짜증, 떼쓰기, 신경과민, 분노, 공격적 행동, 주의집중력의 저하, 신체 생리적 증상(두통, 복통, 소화불량, 수면과다 또는 불면, 폭식 또는 식욕부진 등) 등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거나,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뚜렷한 스트레스 사건이 없음에도 나타나거나, 증상의 심각도가 크거나, 증상의 빈도가 잦거나, 아이의 일상생활 기능의 저하(예: 지각, 결석, 조퇴 등)를 초래하거나, 아이 스스로 주관적 고통을 호소하는(예: “엄마 저 요새 기분이 이상해서 많이 힘들어요.” “엄마 저 힘들어서 병원에 가고 싶어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가서 전문의와의 면담 및 검사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반면에 특정 증상만 가볍게 보인다든지(예: 최근에 음식물을 탐하는 폭식 증상을 간간히 보임) 뚜렷한 선행 요인이 있다든지(예: 최근 시험에서 크게 성적이 떨어짐) 아이의 주관적 고통이 별로 없다든지(예: 수면과다 증상을 보이고 슬퍼 보이는 아이가 별로 힘들지 않다고 말함) 등의 경우에는 일단 집에서 부모가 케어해 줄 수 있다. 단, 아이의 주관적 고통 호소가 없다손 치더라도 기능저하가 뚜렷하거나 혹은 부모의 객관적 관찰 결과 아이가 고통을 억누르는 것처럼 보인다면 병원 방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먼저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면담이 이루어진다. 대개 부모와 아이, 아이, 부모 등의 순서(이는 상황에 따라서 가변적임)로 면담이 이루어진다. 그런 다음에 지필 검사가 이루어진다. 아이가 작성하는 것들과 부모가 작성하는 것들이 있다. 부모는 또한 아이의 발달 과정, 가족의 병력, 부모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적어 나가고, 아이의 상태를 평소 관찰한 대로 적으며, 아이의 평가와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대개 1주 이내에 종합심리검사를 받는다. 약 2시간 정도 진행되는 검사로서 아이의 인지기능, 주의집중력의 정도, 사회성 영역, 정서적 영역, 부모와의 관계 등 그야말로 아이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검사다. 이때 아이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부모의 검사를 병행하는데, 아이처럼 검사 시행자가 대면해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보고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면적 인성검사와 문장완성검사 등이 시행된다.

종합심리검사 시행 후 1주일이 지나면 결과가 나오는데, 이때 전문의를 통해서 검사 결과를 설명 받는다. 그러면서 의사는 진단을 명확하게 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치료 방법은 약물치료와 비(非)약물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는 항(抗)우울제를 투여하는데, 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적당한 조절을 통해서 치료 효과를 얻는다. 대개 투여 2~4주 후부터 효과를 보기 시작하고, 3개월에서 1년간의 복용 기간을 필요로 한다. 비(非)약물치료로는 정신(또는 심리) 치료, 가족치료, 인지치료, 기타 치료(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등을 시행한다.

소아 우울증은 부모의 관심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혹시 발병한다고 하더라도 치료를 통해서 잘 극복할 수 있다. 지금 고개를 돌려서 우리 자녀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가늠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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