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펠 추기경 기고문 발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교황청 경제사무국 수장이 “바티칸 재정이 생각보다 건전하다”는 요지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경제사무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은행 돈세탁 추문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지난 2월 새로 만든 재무담당 기구다.

영국 가톨릭매체 ‘가톨릭 헤럴드’는 지난 4일(현지시각) 교황청 경제사무국 수장인 조지 펠 추기경의 기고문을 실었다. 호주 출신의 펠 추기경은 경제사무국 초대 수장으로, 수십 년 동안 이탈리아 출신 인사들에 의해 엉망이 된 바티칸의 재정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았다.

펠 추기경은 기고문에서 “회계장부에서 누락된 자금 수억 유로(수천억 원 상당)를 발견했다”면서 “이번 자금의 발견은 바티칸 재정이 생각보다 건전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누락이 비리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펠 추기경은 “수억 유로가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았을 뿐 특정 분야의 계정에 보관돼 있었다는 것은 교황청 재정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티칸이 빈털터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황청은 상당한 자산과 투자액을 갖고 있으며 재정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가들이 바티칸 부서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독자성과 씨름해야 한다면서 레오 13세 교황의 일화를 소개했다. 레오 13세가 아일랜드 교회에 관한 보고를 받기 위해 현지에 사절을 보냈다가, 복귀한 사절에게 ‘아일랜드 주교들을 어떻게 찾았냐’고 묻자 사절은 ‘주교는 못 찾고 다만 25명의 교황을 찾았다'고 답했다. 그는 바티칸 재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펠 추기경은 “신자들과 평의회, 특히 국무성은 많은 독립성을 누려왔고 문제점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단지 외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얘기를 했다”면서 “여러 세기 동안 부도덕한 인물들이 바티칸 재정의 순진함과 비밀스런 절차를 이용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바티칸이 점차 파산을 향해 가고 있는 옛 귀족가문 같다는 말을 들었다. 무능하고 사치스럽고 도둑에게 당하기 십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며 “이제는 그런 오해가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펠 추기경은 교회 재정이 복음을 전파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올바로 쓰이도록 하기 위해 교황청이 내년에 평신도를 회계책임자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평신도 회계책임자는 교황의 물음에 답변할 책임이 있으며, 자율성을 갖고 교황청의 모든 부서의 회계를 수행하게 된다. 펠 추기경은 “평신도 참여가 재정 개혁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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