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학자 이이화 서원대 석좌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특정종단 특혜의혹… “민족사 돌아보고 진실 찾아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역사학자 이이화 석좌교수(서원대)가 최근 일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서소문 천주교 성지화는 중지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석좌교수는 “민주가치의 기본인 신앙의 자유를 위해 서소문 천주교 성역화 계획은 중지돼야 한다”며 “이 일로 불신이 일어나서는 안 되고, 다른 종교와의 화해 공존을 위해 반대운동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서소문 천주교 성지사업은 국가와 서울시와 서울 중구청이 513억 원 사업비를 들여 서소문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역사공원 지하에는 성당을 세우고 천주교 순교 성인을 위한 기념전시관을 건립하고 도보순례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석좌교수는 “서소문 성지사업 계획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역사를 사랑하는 학자로서, 양식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의아스럽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특정종단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서소문 일대는 조선시대 숙살지기가 있다고 해 죄인의 처형장으로 이용됐고 감옥이 설치되기도 했다. 조선 첫째 충신으로 꼽는 성삼문과 개혁사상을 외친 허균 등이 이곳에서 처형됐다. 동학혁명 당시 김개남, 안교선, 최재호 등이 효시되고, 동학 2세 교수 최시형이 처형돼 한때 묻혔던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처형을 당한 서대문 감옥도 이 주변이었다.

그는 “서소문 일대는 명백한 민족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고 역사유적을 보존해야 할 의미도 있다. 민주 가치를 추구해야 할 터전”이라고 밝혔다.

이 석좌교수는 “(천주교가 성지화 사업의 이유로 든) 황사영은 천주교 순교자이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사영은 구한말 천주교 탄압이 일어났을 때 천주교 신앙의 자유를 위해 프랑스에 백서를 써서 함대를 파견해달라는 비밀편지를 보내려다 발각돼 처형을 당했다.

그는 “민주가치 기본인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서소문 천주교 성지사업은 중지해야 한다. 정부 당국과 천주교에서도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현대 한국은 특정종교만을 강요하는 중세 사회가 아닌 민주국가다. 우리 모두가 소중한 민족사를 돌아보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부를 향해 “서소문 천주교 성지화 사업으로 종교 간 불신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다른 종교와 화해와 공존을 위해 반대운동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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