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월수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방송매체의 발달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이는 방송매체가 정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은 물론 문제해결의 길잡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문화적 측면에서 우리의 방송언어는 표준어를 교육하고 이를 보급하는 한편,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가치문화를 창출했다. 방송언어란 방송인과 ​언중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방송인이 쓰는 언어를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방송언어가 정제된 표준어, 순화어, 바른 구어체
표현을 사용해야 됨은 자명한 일이다. 더불어 보편적 일상생활언어를 잘 반영하고 있어야 하며 일반 국민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감이 있어야 한다. ​

우리나라 방송의 역사는 약 90년에 이르고 있다. 경성방송국은 최초의 방송국으로 1927년에 개국했다. 또 최초의 TV방송은 1956년 개국한 HLKZ-TV였으며, 국영 KBS-TV는 1961년에 설립됐다.

이와 같이 오랜 방송역사를 가졌지만 현 시점에서 방송언어의 실태는 어떠한가? 한글·한국어의 세계화를 추진해야 하는 마당에, 많은 프로그램에서 순화되지 않은 방송언어가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언어의 오염·공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은 물론 한국어 학습자들에게까지 정서 및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TV 각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한국 영화, 음악, 오락, 드라마 등 한국 문화는 지구촌 곳곳에서 환영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의 오락 프로그램에는 흥취를 돋우기 위한 즉흥적인 대사가 많다.

또 이러한 언어문화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 여기서 드러나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반말·비속어의 사용, 선정적이고 비문법적인 표현의 사용, “비지하다” “해피해요” 등의 외국어의 범람, 오용 사례 등이다. 한마디로 한국어를 경시하는 풍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국립국어원이 방송 3사와 종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 언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품위가 낮고 어문 규범을 위배한 표현이 무려 6800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방송은 우리말·글을 가꾸고 이를 바르게 전파해야 한다. 국외에 방영되는 각종 프로그램의 시청 대상은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한국어를 제대로 분별하여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는 방송언어를 여과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며 방치할 경우 한국어가 혼탁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필자의 한국어교육경험으로 비춰봐서, 방송매체에 의한 메시지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들의 언어생활과 정서적인 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학습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방송언어를 모방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부적절한 방송언어의 사용이 우리말을 어지럽히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나간 말은 고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방송에서는 상당히 절제된 어법이 요구된다.

방송언어가 외국인 한국어학습자들에겐 한국어구사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문화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문화 창조의 원동력은 방송언어 문화의 정립에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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