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카데시 전투’에서의 모세의 전투 장면. 크리스찬 베일의 엑션 연기가 돋보인다. 사진제공: 20세기폭스사)

리들리 스콧, 神에게 택함 받은 자 ‘모세’의 고뇌를 읽다

구약 출애굽 재해석 선보여
성경과 다른 전개 논란거리

택함 받은 자의 고뇌 재조명
크리스천 베일 명품연기 눈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영화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 개봉 하루 만에 예매율 2위를 차지하며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는 글래디에이터를 잇는 대서사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리고 스케일 면에서는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러나 영화 엑소더스는 성서나 역사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가 숙명처럼 떠안고 가는 ‘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성서 출애굽기 등에 기록된 내용과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영화에서는 모세가 이집트에서 하층민 생활을 하는 히브리인을 위해 이집트 군에 맞서 군사를 기르고 게릴라 전투를 펼치는 등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성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아울러 모세가 람세스2세와 권력 다툼을 벌이다가 광야로 유배돼 미디안 땅에 이르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성서 기록에 따르면 모세는 이집트 노역장에서 애굽 사람이 히브리 형제를 치는 것을 보고 쳐 죽여 후에 이 일이 탄로나 미디안으로 피했다.

그 다음으로 영화에서는 모세가 성서의 호렙산으로 묘사된 산에서 다리를 다치고 늪에 결박돼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신을 만나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성서에서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대목은 애니메이션 영화 ‘이집트왕자’에서의 표현과 더 비슷하다. ‘이집트왕자’에서는 모세가 떨기나무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놀라서 다가가다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는 말을 듣고 맨발로 신 앞에 서고, 떨기나무 불빛과 음성으로 존재를 드러낸 하나님과 대화를 나눈다.

또 영화에서는 히브리 백성들이 전해 내려오는 예언을 알아 모세를 먼저 알아보고 지도자로 추앙하지만, 성서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가 하나님이 보내신 자인 줄을 믿지 못할 줄을 알았다. 그래서 모세에게 표적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을 주고,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믿을 수 있도록 대답할 말을 모두 알려준다. 아울러 그의 손에는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 지팡이를 들려줬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신의 지팡이 대신 람세스2세가 준 칼을 끝까지 지니고 있다.

▲ 람세스2세가 히브리 백성들을 노예로 부려 짓고 있는 자신의 무덤 이 될 피라미드와 거대 신상(위). 신의 9가지 재앙을 당하며 더욱 악 해지는 람세스2세가 모세를 찾기 위해 무고한 히브리 백성 일가족 을 교수형 시키고 있다(중간). 갈라졌던 홍해바다가 히브리 백성들을 쫓아온 애굽 병사들을 덮치려하고 있다(아래). (사진출처: 엑소더스 최종예고편 영상 화면캡처)

이뿐 아니다. 감독은 신이 10가지 재앙을 내리는 것을 모세가 지켜보고만 있는 입장으로 그렸다. 이와 함께 모세가 신의 9가지 재앙이 끝날 때까지 람세스2세를 만나지 않는 것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성서에서는 모세가 람세스2세 앞에 직접 가서 지팡이로 9가지 표적들을 나타내고, 바로에게 히브리 백성들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모세가 이집트에서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던 히브리 백성 약 40만 명을 애굽 땅에서 탈출시켰다는 영화의 내용도 다르다. 성서에는 숫자가 이보다 상당히 많다. 모세가 기록한 모세 5경 중 백성의 수를 센다는 뜻의 ‘민수기’에는 모세가 출애굽 2년 후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자를 계수한 결과 12지파 중 레위지파와 여자, 아이, 노인을 제외하고 20세 이상 남자만 무려 60만 3550명이었다고 기록됐다. 모세와 아론과 이스라엘 종족을 대표한 족장 12명 등 계수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렸다.

마지막으로 홍해가 갈라지는 부분도 성서에서는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밤새도록 큰 동풍으로 바다를 갈라지게 해 육지로 나아가게 한다. 영화에서는 모세가 칼을 집어 던진 후 반나절이 지나고 바닷물이 빠져서 히브리 백성들이 건너가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과도 다른 내용이 있다. 영화 초반 장면에서는 기원전 1286년경에 벌어진 ‘카데시 전투’를 이집트 군사의 승리로 그렸지만, 역사에서는 이타이트 국왕 무화탈리스의 계락으로 이집트 군대가 패배를 맛본 전쟁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이 전투에 모세가 참전했다는 기록은 없다. 이밖에도 영화는 곳곳에서 역사적인 근거나 성서의 기록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표현됐다. 이에 왜곡 논란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감독이 주인공 모세를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신에게 택함을 받은 자의 고뇌’에 대한 내용은 눈여겨볼만하다. 모세는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못한 채 왕궁에서 생활하다가 하루아침에 쫓겨나 유배 생활을 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한다. 그러다가 겨우 미디안에서 가정을 꾸리고 잠시 편안한 삶을 누려보지만 신의 부름을 받은 후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신의 뜻을 이뤄나가기 위해 고뇌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한다. 또 애굽에서 이끌고 나온 수십만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스리며 분란을 염려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모세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의 연기에 녹아들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소재인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캐스팅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 베일도 “모세스는 푹 빠져들게 만드는 캐릭터였다”며 “지금까지 맡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영화의 흥행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감독이 에일리언 시리즈와 글래디에이터, 로빈후드, 킹덤오브헤븐 등을 만든 리들리 스콧이라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추구해왔던 경력답게 이번 영화도 장엄한 스케일이 관객을 압도한다. 제작비만도 1억 4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약 4천명의 엑스트라와 의상팀 300명 포함 700명의 스탭이 동원됐다. 높이 15m 파라오와 스핑크스 조각상은 직접 제작해 13주 동안 촬영했다. 고대 이집트 도시 피람세스 전경은 약 1000명의 스탭들이 남스페인 알메리아에서 8주 동안 길이 1㎞, 너비 1.5㎞의 세트장으로 만들었다.

모세를 다뤘던 다른 작품으로는 영화 1956년 작품 ‘십계(감독 세실 B. 데밀)’, 1998년 작품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감독 브렌다 채프먼)’ 등이 있다. 이두 작품은 각각 6550만 달러, 1억 141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한편 동일한 영어제목 ‘Exodus’로 개봉된 영화도 눈에 띈다. 1960년에 개봉한 ‘영광의 탈출(Exodus, 감독 오토 프레밍거)’이다. 폴 뉴먼, 에바 마리 세인트가 주연한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이스라엘로 지칭됐던 유태인의 탈출기를 그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배경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을 꿈꾸는 유태인들이 1940년대 말 영국군에 의해 키프러스 섬의 수용소에 갇혔다가, 배를 타고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는 ‘주말의 명화’의 타이틀 곡으로 우리 귀에 익숙하다. 주제가는 1961년 아카데미에서 최우수작곡상을 수상했고, 영화는 스펙타클의 대명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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