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지하철 안에서 시민들의 표정·모습 등을 보고 있다. 평소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긴 장면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뒤늦은 정보 검색
답답함, 궁금증 증폭
혼자 시대에 뒤쳐져
스마트폰에 시선 뺏겨
보지 못한 주변 보여
작은 소식에 마음 훈훈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삐리릭~ 삐릭삐릭.’ 알람시계 소리가 요란했다.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오전 6시 30분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이상하게 머리는 맑았다. 전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잠들어서다. 스마트폰의 전자파가 수면을 방해하는 데 몸이 반응을 보인 것.

집 문을 나서기 전 간밤에 빼 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손목시계를 부리나케 찾았다. 시간을 알려줄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 먼저 일정을 확인했다. 인터뷰 대상자 섭외와 인권관련 토론회 취재였다. “인터뷰는 인맥이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내심 좋아서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멈칫하고 말았다.

“잠깐만, 스마트폰에 번호가 있잖아.” 그 순간, 버튼을 눌러 전화번호를 찾는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얼마나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살았는지 깨달아졌다. 결국 다른 기자에게 연락처를 물어봐서야 번호를 알 수 있었다.

오후 취재시간이 다가왔다. 장소는 서울 시청 부근. 이곳은 평소에도 취재를 많이 다녔다. 하지만 막상 도착지 위치를 생각하니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노트북으로 위치검색을 했다.

책상에 기자 수첩도 펼쳤다. ‘교통수단, 노선, 위치.’ 지도를 보며 수첩에 그림을 그렸다. 도로와 주변 건물은 크게 표시했다. 지하철 출구에서 도착지까지 가는 길은 빨간 펜으로 화살표로 표시했다. 그래도 길을 못 찾을까봐 ‘거리뷰’까지 확인했다.

▲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취재가 있는 장소를 기자수첩에 자세히 표시했다. 노선을 확인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취재 준비 후 노트북과 카메라를 챙겨 신문사를 나섰다. 100m 정도 걸었을 때, 기분이 허전했다. 손은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만지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찾고 있던 것.

지하철 안에서도 허전함은 계속됐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게 익숙하기 때문.

그렇다고 스마트폰이 없는 게 불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간 이유없이 스마트폰을 보고 시계를 확인했는데, 이 모든 게 사라지니 여유가 생겼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겨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주변도 보게 됐다. 사람들의 표정과 미소, 삶의 모습, 서울 곳곳의 풍경들. ‘여기 이런 것도 있었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작은 정보지만 마음이 행복해졌다.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더 편해졌다. 시간에 쫓기는 기분, 다급한 기분은 어느덧 사라졌다. 고개를 덜 숙여 목 결림 증상도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없는 삶에 익숙해진 것.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바로 ‘정보부족’. “야! 너 그거 봤어? 외국인 A씨 말이야.” 신문사로 돌아오는 지하철안의 한쪽에서 소리가 났다. 두 여성이 대화하고 있었다. “맞아, 장난 아니더라! 진짜 충격적이야. 온종일 실시간 검색어야.” 그들의 대화는 짧게 끝났다.

‘외국인 A씨? 뭐지?’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알 방법이 없었다. 그 순간 혼자 시대에 뒤처지고 있었다. 답답했다. 결국 사무실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건 A씨를 검색하는 것. “아! 이거였어?” 그제야 속이 뻥 뚫리듯 시원했다.

퇴근 후 스마트폰 전원을 켰다. 수십 통의 문자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다. 그러면서 생각이 든 건, 스마트폰의 과한 사용을 줄이고, 주위에 귀를 기울일 때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였다. 습관성이 아닌, 필요할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유가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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