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잔의 구름
황금찬(1918~ )

솔밭 모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둘이서 마셨지
모자라지
한 잔 더 할까
둘이서…
“싫어요”
남는 것보다
모자라는 것이
마음에
크게 남는 걸요
바닷소리가
멀다…

[시평]
흔히 남는 것보다 모자란 듯한 것이 더 좋다고들 한다. 먹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보다는 모자란 듯 먹는 것이 좋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지나치게 하는 것보다는 모자란 듯한 것이 좋다고 한다. 너무 지나치면, 자칫 탈이 날 수도 있고, 또 그 심리적인 면에서도 물리게 되어, 의욕이 사라지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모자란 듯하게 되면 아직 조금 더 할 것이 남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삶에 의욕이 생길 수도 있고, 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솔밭에 앉아 두 사람이 커피를 한 잔만 뽑아 마신다. 두 사람이 한 잔으로 나누어 먹는 재미, 또한 있으리라. 그러나 한 잔이 부족한 듯하여 한 잔을 더 뽑아먹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선뜻 답한다. “싫다고.” 남는 것보다는 모자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크게 남는다고 응대한다. 모자라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크게 남는 것, 이게 바로 삶의 지혜임이 분명하지만, 한 잔을 둘이 정답게 마신다는 거, 이것은 지혜 그 이상이 아닐까?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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