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 내실조직안정에 방점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올해 연말 재계 인사의 트렌드는 ‘안정 속 변화’로 요약된다.

지난 1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을 비롯해 LG그룹, 한화그룹 등은 안정감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무게를 뒀다. 내년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조직이 동요하지 않도록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은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부회장의 선택은 변화보다는 안정이었다.

사장 승진자는 올해 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이나 줄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당초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설이 나돌던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사장은 유임됐다.

다만 차세대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았던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과 김재권 무선사업부 글로벌운영실장, 이철환 무선사업부 개발담당 사장은 2선으로 물러났다. IM부문 사장단에서 사장급 3명이 줄며 삼성의 인사원칙인 ‘성과주의’가 적용됐다.

관심을 모았던 오너 일가와 부회장 승진자는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비롯해 주요 인사들의 자리도 유지됐다.

지난달 27일 인사를 단행한 LG그룹도 큰 변화 없이 안정을 택했다. LG그룹은 사장단 교체를 최소화하면서 핵심 사업에 일부 검증된 인물로 진용을 갖춰 안정 속 변화를 꾀했다. LG그룹은 LG전자 MC사업본부장에 조준호 LG 사장을 임명했다.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 등을 역임한 조 사장은 전략과 영업에 능통한 마케팅 통이다. 올해 ‘G3’ 등 호조의 실적을 낸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란 평가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29일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에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사장을 내정하는 등 5개 계열사의 사장을 교체했다. 한화그룹 측은 인사에 대해 “점차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된 역량과 경륜을 갖춘 인물들을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달 26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인수하며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올라섰다.

경영 환경이 냉랭한 상황에서 조직이 더 방대해진 만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을 통해 ‘안정 속 변화’를 꾀하겠다는 게 한화그룹 측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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