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공동체의식과 사회통합-한중일 대동사상과 대동운동’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박광수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장, 서울대 비교종교학과 이찬수 교수, 중국 절강공상대학교 진쥔 교수,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삿사 미츠아키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중일 평화’ 국가‧종교 초월한 ‘대동사상’이 대안 될까

“삼국 사회·종교 갈등 문제
‘공동체의식’이 해법 될 것”

“원불교 ‘대동사회’ 구현시도
대산종사 ‘종교연합’ 운동”

“중국 ‘신’ 부정 유교 장려
최근 공자학원 설립 확산”

“조소앙, 6종교 가르침 통합
평화의 대통세계 건설 시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중‧일 삼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 불신, 불평등과 불공정 등의 문제에 대한 한 가지 대안으로 ‘대동사상’이 조명됐다.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후원한 ‘동아시아 문명의 공동체의식과 사회통합-한(韓)중(中)일(日) 대동사상과 대동운동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28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열렸다.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현대 인류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종교와 종교 간에 서로 상호 대립하는 데서 온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촌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학자들은 서로 간 경쟁을 하는 원인이 주로 ‘자민족중심주의’라 점을 꼬집으며 세계인이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지닌 공동체 의식인 ‘대동사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광수 종교문제연구소장은 “탈민족주의, 탈국가주의, 탈종교주의 등 세계시민정신과 관련한 대동사상과 대동운동의 조명은 오늘날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교훈이 있다”고 강조했다.

분쟁과 전쟁으로 얼룩진 인류가 평화세계를 이뤄 하나가 되는 것을 표현한 ‘대동(大同)’은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요하게 여긴 가치관이다.

‘대동’이 추구하는 이상향은 중국 유가의 경전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예운편(禮運編)에 표현돼 있다. 중국 요순에 대해 기록한 표현 중에 ‘대도(大道)가 행해지니 천하는 모두 공(公)을 위한 것이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학계는 ‘사적인 영역을 넘어서 공적인 의미가 강조되고, 가족‧종족 안에서 사(私)가 없고 쟁탈이 없으며 치안을 위한 예(禮)의 규제가 필요하지 않는 소박한 원초적 공의 상태’라고 이 문장을 해석하고 있다.

◆중국, 유교로 ‘대동사회’ 시도… 실패

박광수 종교문제연구소장은 중국의 캉유웨이가 대동사상을 추구해 대동사회를 실현해보고자 시도했다고 역설했다. 유교 즉 공자교를 국교화해 사유재산‧귀천이 없는 모두가 평등한 대동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독특한 점은 유교(공자교)를 종교화했지만 종교의 핵심인 ‘신’의 존재는 철저히 부인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중국이 ‘신’을 섬기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과 맥락을 함께한다.

이날 캉유웨이의 대동사상이 갖는 종교관에 대해 발제한 중국 절강공상대학교 진쥔 교수도 “캉유웨이 사상에는 일신교가 강조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신, 절대적인 선, 완전한 천국이라는 관념, 불교에 의해 절대화된 피안의 관념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그리고 쑨원, 주씨안지, 마오쩌둥 등 정치적 지도자들은 이러한 대동의 이상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공산주의를 방편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그러나 중국은 공산주의를 통해 이상세계를 이루지 못했고,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엄청난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소장은 “중국은 대내적으로는 사회통합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주변국가와 평화적 동반의 길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중국이 최근 유교를 확산하고자 공자학원 설립을 국제적으로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중국은 현재 유교의 오랜 가치인 ‘대동사상’의 실현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 지난 28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공동체의식과 사회통합-한중일 대동사상과 대동운동’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 평화 추구한 ‘대동사상’ 파괴에 악용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삿사 미츠아키 교수는 세계 여러 종교 중에서 대표적인 성인 6명을 골라 그 가르침을 통합해 보편적인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고 육성교를 창시했던 조소앙을 조명했다. 그는 조소앙이 초창기에는 ‘대동’의 개념을 도입해 여러 종교 전통 안에 있는 창조주로부터 받은 도덕성‧윤리성을 통합해 평화로운 대통사회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그의 활동을 재조명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소앙은 이후 아나키즘을 받아들였고 미츠아키 교수는 “본래 평화로운 이상사회를 추구하는 대동사상이 파괴를 실천하기 위한 사상으로 변용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에서 펼쳐진 대동사상에는 제국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박 소장은 일본학자 고야스 노부쿠니를 인용해 “일본의 대동아 개념은 중일전쟁의 개시와 중국대륙 내부로의 전쟁확대, 태평양 전쟁의 발발과 남방지역으로의 확전과 더불어 구성된 개념”이라고 정의했다. 일본이 중국과 아시아에 감행한 제국주의 전쟁이 만들어낸 이론적인 산물일 뿐이라는 비판이 섞인 설명이다. 또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에게 무조건 복종과 희생을 요구하는 초월적 이데올로기 종교인 천황제 국가의 국교인 ‘국가신도’가 발전했다고 꼬집었다.

◆한국 “종교연합 통해 이상사회 실천해야”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한반도 평화 위협과 소외의 문제로 인한 자연과 인간과의 해리현상, 급증하는 자살, 경제적 부의 쏠림 현상과 빈부격차의 심화, 공권력과의 부조리한 연결고리로 인한 부패현상이 계속된다”며 “사회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공공성의 윤리와 가치를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대동사상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서울대 비교종교학과 이찬수 교수는 대동사상을 실천한 긍정적인 사례로 원불교 2대 교조 정산 송규가 강조한 ‘삼동윤리’를 들었다. 삼동윤리(三同倫理)는 만물 및 종교들이 같은 근원을 지닌다는 ‘이치’, 인류가 한 기운으로 연계돼 있다는 ‘원리’, 동일한 개척 사업을 하자는 ‘주장’ 등 세 가지 윤리를 의미한다. 이 교수는 “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이가 3대 교조인 대산 김대거”라며 “그는 유엔에 버금가는 종교연합(UR, United Religions) 운동을 제안하고 시도했고, 세계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자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같음’에 기반한 이상적 세계의 건설을 꿈꾸고 있는 것은 대동사회의 현대적 이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종교계 화합과 통합을 추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좁게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개신교와 천주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인 일치’ 운동을 펼치고 있다. 넓게는 전 세계 종교계를 대상으로 ‘종교의 대통합을 통해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대표 이만희)의 평화 운동이 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박광수 종교문제연구소장은 ‘동아시아 대동사상과 공동체의식’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했으며 서울대 비교종교학과 이찬수 교수가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동운동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중국 측에서는 절강공상대학교 진쥔 교수가 ‘강유위의 종교관과 대동사상에 관한 연구’를, 일본 측에서는 리츠메이칸대학교 삿사 미츠아키 교수가 ‘조소앙의 대동사상과 아나키즘’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염승준 교수가 ‘한국신화에 나타난 공동체의식의 세계사적 보편성’, 상지대학교 신현승 교수가 ‘조선 후기 실학파의 대동사상과 공동체의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병철 연구위원이 ‘유교의 같은 대동, 다른 대동’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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