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아랍어’ 난이도 논란에서 특정종교 차별로 번지나

▲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성스러운 성원인 ‘Masjid-ul-Haram’으로 무슬림은 일생에 한 번은 꼭 성지순례(hajj)를 해야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지만 여러모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제2외국어 선택에서 ‘아랍어’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2005학년도부터 ‘아랍어’ 과목을 제2외국어에 포함시켰지만 이를 가르치는 학교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난이도 문제의 발단이다. 상대적으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다보니 문제의 난이도가 마치 초등학교 수준이라는 것이다.

‘글과 사진으로 보아 민수가 방문한 나라는?’이라는 문제에 제시된 사진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였다. 보기로 주어진 것은 오만, 모로코, 요르단, 이집트였다. 답은 굳이 아랍어를 배우지 않고도 사진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실제로 2009학년도에 출제된 아랍어 문제 중 하나다.

문제의 수준이 이렇다보니 아랍어를 선택한 학생들의 점수가 다른 외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이점 때문인지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게 되자 한국교회언론회가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에 공문을 보내는 일이 발생했다.

그 내용인즉 제2외국어 분야에서 난이도가 공정하지 못하므로 이를 시정하라는 것과 향후 아랍어에 쏠리는 관심으로 졸속 교육 행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슬람교 포교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다. 정부가 아랍과의 교류, 아랍어의 교육 기회만을 생각해 아랍어가 유입되면 발생할 사회적, 종교적 문제에 소홀할 수도 있으며, 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의 교두보 마련 획책이나 사회적,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교회언론회는 정부가 아랍어 교사를 초청해야 한다면 자격과 신분이 분명한 사람만을 엄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슬람 지역에 살면서도 이슬람교와 무관한 자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교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그 자질과 신분에 대해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해당 교사의 종교를 이유로 교사로서의 자격을 운운한다면 이는 종교차별이자 ‘내 종교만 옳고 네 종교는 그르다’라는 독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 있다.

포교활동은 각 종교에게 주어진 자유이자, 권리이다. 물론 강제로 종교를 강요한다든가, 타종교로의 개종을 강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은연 중에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는 것도, 단상에서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테러의 위험이나 포교활동의 우려 때문에 특정 종교인에게 교사로서 설 수 있는 자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지금 이 시대의 화두가 ‘상생과 화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타종교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웃종교로서 이해할 줄 아는 마음이 더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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