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최근 과학기술의 트렌드는 ‘융합’이란 말로 대표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낯설어 보이는 단어이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휴대폰에서 DMB(디지털 미디어 방송) 서비스를 즐기고 있고,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 융합의 결과인 카 내비게이션을 대부분 잘 이용하고 있다.

기계기술과 전자기술의 대표적인 융합 사례인 로봇분야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문화 예술과 인문학 분야와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창립 6년차를 맞은 한국로봇공학회는 올해부터 이름을 한국로봇학회로 바꾸어 융합의 차원을 공학을 벗어난 분야까지 넓혔으며, 지식경제부에서도 지난 9월 30일 로봇융합포럼을 창설하여 산업별 부처별 정책융합의 첫 단추를 끼웠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계에서 시작된 융합이란 무엇이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융합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일’로 나와 있다. 일찍이 로봇분야에서는 센서융합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였는데, 얼굴인식용 카메라와 음성인식용 마이크를 융합하여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판별해 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요즈음에는 IT(정보통신기술) 융합이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앞서있는 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 등 IT 내의 융합만으로 DMB 휴대폰이나 인터넷 활용 TV 같은 최첨단의 편리한 전자제품을 생활에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를 첫 단계 디지털 융합이라 부른다. IT가 생명과학기술 및 나노기술과 융합하면 내시경 검사의 두려움을 없애줄 캡슐형 내시경의 탄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 융합의 단계로 발전한다.

더 나아가서, IT는 모든 산업분야와 융합이 쉽게 일어나도록 하여 산업의 가치를 한 차원 높여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보통 유비쿼터스 또는 편재성이라 부르는 속성 때문인데, 바로 언제나 어디서나 사람들과 기계들 사이를 묶어주는 일종의 접합제처럼 작용한다. IT 융합의 3단계는 바로 산업 융합으로서, 환경과 건축산업을 융합한 지능형 그린빌딩이나 선박과 IT 산업을 융합한 디지털 선박을 만들어 낸다.

이렇듯 과학기술에서의 융합은 부가가치가 큰 신산업을 일으키고 친환경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큰 힘을 발휘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분야와의 융합은 우리의 삶을 더욱 편안하고 풍요롭게 해준다.

서로 다른 분야의 성공적인 융합을 위해서는 먼저 그 분야 사람들 간의 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 분야가 상이한 경우에는 성공적인 융합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혁신적인 융합제품의 탄생이나 풍요로운 사회의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해당 분야의 사람들이 때로는 서로 양보하며 서로를 품어주는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융합의 사전적인 의미에서와 같이 자신을 녹일 때 새로운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다.

요즘 부쩍 융합과 관련된 회의가 많아졌다. 필자가 속해 있는 연구부문이 IT 융합기술연구부문이니 모든 원내의 일들은 융합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하고, 오늘은 로봇과 문화 포럼이 주최한 ‘허준이 로봇을 만났을 때’라는 주제의 강연회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있단다. 또, 금주에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2009 과학과 인문, 예술의 만남’이라는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향해 서로 만나는 것은 진정한 융합을 위한 첫 걸음이기에 참 바람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새로운 창조를 향해 융합을 시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먼저 사람을 융합합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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