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 공덕역 지하철 안.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웹서핑을 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디지털기기에 의존할 경우 ‘디지털치매 증후군’에 노출된다는 것. 실제로 이날 지하철 안 승객 89명 중 53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나친 스마트폰 의존
기억력·계산력 저하
20대층은 더 위험해

전자파 많이 노출되면
뇌신경세포 기능 약화
“실제 치매 생길지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김수지(24, 여) 씨는 손에 들린 3장의 영수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천 원단위 금액이었지만, 암산은 안됐다. 머리가 계속 빙빙 돌았다. 진땀도 났다. 결국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옛날에 주판학원도 다녔는데, 머리가 굳었나.” 김 씨는 혼잣말을 하며 투덜댔다.

25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공덕역 지하철 안. 퇴근시간이라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붐볐다. 열차 한 칸에 타고 있던 승객은 89명. 이 중 53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몇몇은 영상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웹서핑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습관적으로 메신저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따르릉’ 이때 지하철 출입문 쪽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윤지연(28, 여) 씨는 갈색 점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야! 난데, 은지 번호 좀 빨리 알려줘.”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번호 못 외워, 전화 끊으면 문자로 보내줄게.” 통화 종료버튼을 누른 그는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진짜, 고등학교 땐 친구들 번호 다 외웠는데.” 그는 입술을 쭉 내밀며 신세한탄을 했다.

이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면이다. 당연한 거라 무엇이 문제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의 시선은 달랐다. 현대인들이 ‘디지털치매’ 증후군에 노출됐다는 것.

디지털치매 증후군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전자기기가 대중화된 오늘날 많이 나타나고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성인 ‘50%’ 스마트기기 사용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2명 중 1명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닐슨 코리아가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성인 5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63.4%)이 여성(51.3%)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71%)가 1위였다. 디지털치매 위험노출도 심각했다. 국민 5명 중 2명은 디지털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온라인 설문조사 기업 두잇서베이가 국내 남녀 5800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치매 진단을 실시한 결과 38.9%가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의 휴대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 응답자는 33.7%, 어제 먹은 식사 메뉴를 곧바로 떠올리지 못한 사람은 30.9%였다.

전체 가사를 다 외고 있는 노래가 별로 없다는 응답은 45.5%, 단순암산을 계산기로 한다는 응답은 32.5%였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가에는 39.5%가 ‘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한다’고 답했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는 셈.

◆“기억하는 습관 들여야”

더 심각한 것은 디지털치매로 인한 기억력 감퇴가 심해질 경우 실제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뇌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데, 디지털 증후군까지 겪게 된다면 기억 세포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디지털 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20대층은 더 위험한 상황이다.

조호군 한의원 원장은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면 뇌신경세포 기능이 약화된다”며 “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전자파에 노출되나 전혀 인지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면 시 스마트폰은 머리맡에 두지 말아야 한다”며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도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 항상 코드를 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진 리본심리상담소 대표는 “전자매체의 발달로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보의 혼란을 주는 역효과도 생겨났다”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을 기르고, 기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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