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주최로 비공개로 진행된 종교인 과세 관련 간담회에서 간담회를 마친 박종언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내년부터 소득세법 시행령 따라 과세한다는데…

일부 개신교인 ‘배짱’ 공세에
종교인 과세 올해 무산 위기

종교인 ‘낙선운동’ 으름장
내년 2016년 총선 앞두고
정치권, ‘표심’ 눈치 예상

일부 개신교인 반대 여전
간담회서 ‘종교탄압’ 주장
정부, 설득 가능성 희박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내년 실시를 앞두고 있지만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과세 기준을 완화한 수정안을 연내 입법 처리하는 방안과 시행령 날짜를 연기하는 방법이 있지만 둘 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쳐 개신교를 압박한다고 해도 현재 분위기로서는 반대 측의 저항을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종교계의 입장을 십분 반영해 제시한 소득세법 수정안이 이미 제시 됐음에도 일부 개신교인들은 납세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시행령을 연기한다고 할지라도 내년에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개신교의 지지를 더 받고 있는 여당이 교단들과 대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이 안 될 경우 시행령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실행가능여부는 불투명하다. 현 정치계의 흐름으로 봤을 때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은 거의 무산된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지난 24일 열린 여당과 종교계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종교계 입장만 재확인했다.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천주교와 불교, 다수 개신교는 과세를 찬성했다. 단지 일부 개신교의 강한 반발이 있었고, 이날 간담회장에서도 개신교 대표 중에서 “종교탄압이다”라는 발언이 나오는 등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훈 소위원장은 간담회 후 “종교인 소득항목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종교계에 설명했고 천주교와 불교는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속 견지했다”며 “많은 개신교가 찬성했지만 일부가 반대해 정부가 더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안으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소속 새누리당 위원들은 각 종단의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기 위해 국회에서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종교인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유로 이날 참석자 명단은 비공개됐다.

◆사회적 이슈 되기까지 40여 년

종교인 과세가 최초로 공론화된 것은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성직자에게도 갑종 근로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부터다. 그러나 개신교계 반발로 논의는 번번이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후 종교인 과세는 40년 넘게 성역(聖域)처럼 여겨져 왔다. 그 가운데 먼저 납세를 실천한 게 천주교이다. 천주교는 1983년 납세 의견이 제안됐고, 11년만인 1994년 3월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납부를 시작했다.

이후 2006년 2월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탈세방지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논란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개세주의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할 것임을 시사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지난해 9월 현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항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포함시킨 후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종교계의 반발로 개정안 처리는 무산됐다.

종교계는 내부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찬반으로 갈려 논란이 일었고, 정치권은 종교계의 눈치를 보느라 법안 통과를 이루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급기야 올해 2월에는 이 분위기를 타고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정당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국회 파행과 6.4 지방선거 등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연말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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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파격조건 제안… 반대 측 ‘요지부동’

기재부는 지난 2월 종교계의 요구에 맞춰 세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 개념으로 보는 ‘원천징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신고‧납부’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소득 분류도 기타소득 항목의 세부항목에 ‘종교인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소득 내용은 ‘개인의 생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금품’으로 한정했다.

또 세율 적용방식도 일괄방식이 아닌 변경안을 제시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목회자에 대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한 근로장려금(EITC) 적용 방안도 내놓았다. 파격적인 조건이었지만 납세를 반대하는 일부 개신교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국가생활비, 종교에 대한 모독”

반대 측 개신교인들은 ‘성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24일 여당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박종언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은 “헌금이 예배의 일부”라는 논리와 함께 “헌금의 사용은 종교계의 가장 본질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그 부분은 종교의 구성원, 종교계의 정치체제와 자신의 신앙에 따라서 종교의 구성원이 동의하고 결산하면 끝나야 종교자유의 본질”이라고 모 방송매체에서 주장했다.

또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목회자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 근로장려금에 대해서는 “성직자들이 국가의 생활비 보조금을 받는다면 종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종교는 자신의 형편이 아무리 작고 연약해도 그 상황 가운데서 만족하고 끝가지 신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않은 채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종교인도 세금내야”

그럼에도 국민들은 여론 조사 때마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2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교인들에게 이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 중 71.3%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반면 ‘성직자인 만큼 납세를 면하게 해야 한다’는 데에는 단 13.5%가 동의했을 뿐이다. 불교 신자 중 과세 동의에 동의한 사람은 80.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는 무교 80.2%, 천주교 67.4%, 개신교 51.4% 순으로 조사됐다. 개신교 신자 중에서는 33%가 종교인 비과세에 동의해 다른 종교인들보다 비과세 의견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천주교는 16.7%, 불교 5.6%, 무교 4.6%에 그쳤다.

지난 7월 말 네티즌들이 네이트Q를 통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더 극명했다. 찬성이 94%, 반대는 6%에 그쳤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시민 86%가 종교인 과세를 찬성했고, 반대는 12%에 그쳤다. 편차가 있지만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측이 우세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납세 중인 종교인과의 형평성 지적

이미 납세를 하고 있던 천주교나 일부 개신교 교회들은 소득항목을 ‘근로소득’으로 적용해 원천징수를 하고 있다.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전국 교구 차원에서 모든 사제들에게 근로소득과세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으로 등록된 각 교구에서 사제들에게 급여성격의 ‘성무활동비’를 지급하기 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세하고 있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교회와 지구촌교회, 새문안교회, 연동교회, 높은뜻연합선교회 등 개신교 상당수의 교회도 이미 목회자 사례비 지급 단계에서 원천징수 형태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주로 중대형 규모 교회에서 적용하고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목회자 소득세 신고 활동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이들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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