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악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27일 오후 8시경(한국시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7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공연자·참여자에 정체성 제공
인류창의성·문화다양성 기여
농악 등 17개 무형유산 보유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농사일은 혼자 할 수 없다. 그래서 협동 작업하는 농사를 ‘두레’라 부른다. 또 한 집 의 두레일을 끝내고 다른 집의 일을 위해 이동할 때 농악을 불러, 농악을 ‘두레’라고도 불렀다. 이렇게 이집 저집 돌아가며 일을 하다가 마을일이 얼추 끝나 가면 날을 잡아 음식을 장만하고 잔치를 했는데, 이것을 ‘두레 먹는다’고 하며 여기에서도 농악은 빠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여럿이 연주할 수밖에 없는 농악은 ‘합주 음악’이다. 마을 사람들은 함께 연주하다 보면 저절로 유대감과 일체감이 형성된다. 강렬하게 두드릴 수 있는 꽹과리나 징, 장구, 북 등의 타악기를 치면 쌓였던 스트레스가 저절로 풀린다. 한마당에서 함께 농악을 치는 동안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이웃 간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

농악에는 단순히 유흥, 오락의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악은 마을 공동체가 더불어 살며 생산 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양보와 화해, 협동 정신을 기르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농악은 지역마다 장단의 변화나 농악패의 구성이 조금씩 달랐다. 크게 경기농악, 영동농악, 호남우도농악, 호남좌도농악, 경상도농악으로 나뉜다.

농악의 주된 악기는 꽹과리다. 그래서 농악 장단은 흔히 꽹과리가락으로 나타내며, 쇠가락이라고도 부른다. 농악에는 여러 가지 장단이 있고, 이는 고장에 따라 다르다. 쇠가락에는 3분박 4박자, 즉 8분의 12박자가 가장 많이 쓰인다. 빠른 3박과 2박이 섞인 혼합박자도 더러 쓰이며, 드물게 2분박 4박자, 즉 4분의 4박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흔히 알려진 것은 길군악, 길군 악칠채, 오채질굿, 굿거리, 덩더꿍이, 다드래기 등이다.

농민들은 악보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줄 몰랐다. 지금의 농악은 리듬이 전수된 구음을 이어온 것이다. 두레를 하며 농악을 부르고 즐겼지만,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굿을 할 때도 불렀다. 공연하는 목적·계기·방법에 따라 농악의 종류를 나누면 당산굿, 마당밟이, 걸립굿, 두레굿, 판굿, 기우제굿, 배굿 등이 있다.

이러한 공동체 내 협동 정신을 담고 있는 농악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27일 오후(한국시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활력적이고 창의적인 농악은 일 년 내내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많은 행사장에서 공연이 이뤄지고 있으며, 공연자와 참여자들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유산”이라고 밝혔다. 또 “농악 등재는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에 이바지함 으로 무형문화유산의 가시성을 높이고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 간의 대화를 촉진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29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임시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는 우리 정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 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농악에 대해 ‘등재권고’를 내렸다. 당시 유네스코 누리집을 통해 등재된 평가결과에서 농악은 심사보조기구 심사 때 만장일치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권고를 받았다.

김지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선임담당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농악이 전 세계인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거듭나 매우 기쁘다. 농악 등재를 계기로 현대사회에서 공동체 문화가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심사보조기구는 총 46건의 등재신청서를 심사해 32건은 등재권고, 6건은 정보보완권고, 8건은 등재불가권고를 제시하고, 심사결과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에 넘겨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번 농악을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는 17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