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연합뉴스)
50만원 이상 결제시 신분증 확인 계획 ‘없던 일로’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신용카드로 50만 원 이상 결제할 때마다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소비자만 혼란을 겪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50만 원 초과 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분증을 제시토록 한 감독규정을 내달 중 폐지하겠다고 26일 밝혔다. 2002년 만들어진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카드 거래시마다 카드 뒷면의 서명과 사용자의 실제 서명이 동일한지 가맹점이 확인토록 규정하고, 50만 원 이상 결제 시 신분증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밟도록 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정이었다.

금융위의 감독규정 폐지 조치로 여신금융협회가 다음달 30일부터 시행키로 했던 50만 원 이상 카드 결제 시 신분증 확인 계획도 중단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카드 사용자들이 이미 해당 내용이 담긴 바뀐 약관 내용을 고지 받은 상황이어서 혼선이 예상된다. 앞서 협회는 지난 24일 본인 확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개인회원 표준약관’을 오는 12월 30일부터 일괄 시행키로 하면서 50만 원 이상 카드결제 시 의무적으로 신분을 확인토록 한 조항도 포함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이 이틀 만에 백지화된 것은 카드 부정사용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카드 분실이나 도난, 위·변조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의 책임을 대부분 카드사가 부담했다.

앞서 소비자들은 신분증 제시에 따른 개인신분 노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4일 기사를 접한 닉네임 ‘redn****’라는 네티즌은 “이미 개인정보 탈탈 털려서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만 봐도 민감한 시기인데, 부정거래를 막을 방법이 이것밖에 없느냐”고 날을 세웠다. 닉네임 ‘unoe****’라는 네티즌도 “결국 소비자 보호가 아니라 장사치들 보호하는 정책 아니냐”며 “차라리 카드 결제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소비자들과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신분증 제시 의무화 규정은 카드 부정사용에 따른 카드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본인 카드가 맞는데 신분증까지 제시하라고 하면 불쾌감이 들 수 있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근본적으로 카드 결제시 전자서명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돼지꼬리 모양이나 일직선 등으로 서명하거나, 카드 뒷면에 서명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에서 서명을 해주는 경우도 많다”며 “카드사는 소비자가 전자서명시 카드 뒷면의 서명과 동일하게 서명해야 하는 것과, 서명하지 않은 채 분실하면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자서명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전산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무엇보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소비자 입장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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