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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학업 부담에 못 놀아”… 공간·시설도 부족
IT 발달·대중매체 확산, 놀이 선택에 제한 가져와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둔 김순희(40, 여, 경기도 시흥시 거모동) 씨는 요즘 자녀의 놀이 환경 때문에 고민이 많다. 마음 같아선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자유롭게 놀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마땅히 놀 공간도 없고,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에 보낸 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당사국은 휴식이나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31조에는 이처럼 아동의 놀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놀 권리는 우리나라의 아동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한국 아동은 성장 과정에서 놀이와 여가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와 여가보단 학업의 부담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24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한국아동권리학회가 ‘한국 아동의 놀 권리 증진 방안’을 주제로 6월부터 두 달간 서울·경기 지역 초중고 학생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부모님이 놀이와 여가의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222명)으로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통이다’ 27%(149명), ‘약간 인정해주신다’ 20%(110명) 등으로 나왔다. ‘놀이와 여가에 불만을 느낀다’고 답한 아동들은 ‘학업 부담 (25%)’ ‘부족한 시간(21%)’ ‘부모님의 이해 부족(18%)’ 등을 이유로 꼽았다.

놀이와 여가 공간 및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놀이터와 영화관․극장, 동성 친구집, 노래방, 운동장 등이 놀이 공간이었다.

아동의 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컴퓨터 게임과 TV시청, 스마트폰 이용 등이었다. IT산업의 발달과 대중매체의 확산은 아동의 놀이 선택에 제한을 가져왔다. ‘자신의 놀이와 여가 방법 중 무엇이 바뀌어야 되느냐’는 설문에 조사 대상 28.2%는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신체활동 증가(22.2%), 놀이 및 여가시간 관리(18%), 바깥놀이 증가(17.7%) 순으로 나왔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증가했으나 사용률은 비슷했다.

앞서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 회는 한국 교육의 극심한 경쟁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놀이와 여가를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외국에선 이미 아동의 놀이와 여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은 놀이 정책 실행 기구를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에 체계적으로 설립해 지속적․안정적으로 정책을 이행하도록 도모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 TY)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15~16세 청소년들은 이 기간 스포츠와 야외활동, 실험․실습 등과 같은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한다.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장(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은 “아동들은 각 시기에 놀이와 여가를 충분히 경험했을수록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우수하며, 창의성 발달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교육적 의미만 추구하거나 돌봄 기능에 지나치게 중점을 둬서는 안 되며, 부모와 이웃, 아동관련 전문가, 입법 등을 위한 정치가의 역할이 서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이날 놀이 전문가들의 추천을 토대로 ‘한국 어린이가 하고 싶은 바깥놀이 50가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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