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에 다녀온 소년’의 토드(왼쪽)가 아들 콜튼에게 증조할아버지의 사진을 보이며 천국에서 봤느냐고 묻는 장면. (사진출처: 다음 영화)

할리우드 기독교 영화 줄이어
“성경은 좋은 소재” 제작 러시
신앙 관련 영화도 함께 제작

신을 변론하라 ‘갓즈 낫 데드’
무신론자에게 신의 존재 증명
세상 조롱 속에서 신앙 지키기

실화 소재 ‘천국에 다녀온 소년’
4살 소년이 경험했다는 천국
신앙 돌아보는 계기 만들어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2014년 할리우드의 특징 중 하나는 ‘성경’에서 소재를 얻은 영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는 것이다. ‘노아(Noah)’ ‘선오브갓(Son of God; 하나님의 아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Exodus: Gods and Kings)’이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할 예정인 영화로 각각 노아의 방주, 예수의 일생, 출애굽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인과 아벨, 본디오 빌라도에 관한 영화 등이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이 같은 할리우드의 바람에 대해 “성경에는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극적인 사건들이 있다. 게다가 성경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고, 성경을 읽지 않아도 알 만한 영웅적인 캐릭터들이 많다”며 그간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어 안정적으로 흥행을 보장받았던 할리우드에서 성경을 모티브로 한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영국에서 건너간 개신교들이 세운 나라로 현재도 기독교인이 수천만 명에 이르기에 할리우드는 이들을 잠재적인 관객으로 보고 있으며, 성경 해석에 대한 논란조차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어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나타낸다고 포브스지는 전했다.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와 함께 실화를 바탕으로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도 개봉해 눈길을 끈다. 기독교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갓즈 낫 데드(God's Not Dead; 신은 죽지 않았다)’와 2010년 출판된 동명(同名)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천국에 다녀온 소년(Heaven Is for Real)’은 저예산영화임에도 박스오피스에 수주간 상위권에 랭크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블록버스터 상업영화 속에서도 기독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기독교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신앙인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 ‘갓즈 낫 데드’에서 신의 존재로 논쟁을 벌이는 제프리 라디슨 교수(오른쪽)와 조쉬 휘튼. (사진출처: 다음 영화)

‘갓즈 낫 데드’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하면 증명해보라고 말하는 세상의 무신론자 앞에서 그럼에도 신은 살아있음을 항변한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세상의 조롱과 몰이해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고 고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특히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대학신입생 조쉬 휘튼이 무신론자 철학과 교수 제프리 라디슨에 대항해 ‘신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펼쳐진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증거할 수도 없고 창조의 비밀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면서도 “신이 싫다”고 원망하는 교수에게 “어떻게 존재하지도 않는 자를 싫어하고 원망할 수 있느냐”고 되물으며 신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인상 깊다. 이 흥미로운 변론 과정은 많은 학생들이 신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천국은 정말 있을까’ 신앙인의 자문(自問)

뉴욕타임스에서 무려 175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실화 ‘천국에 다녀온 소년’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미국 네브래스카 주의 임페리얼에 소재한 크로스로드 웨슬리언 교회(Crossroads Wesleyan Church)의 목사 토드 버포(Todd Burpo)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을 도우며 성실하게 사는 가장이다. 어느 날 네 살인 아들 콜튼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며 사경을 헤매는 사건이 발생하고 콜튼은 마을 사람들의 기도 속에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그 후 콜튼은 토드에게 수술 받는 동안 “천국에 다녀왔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드는 아이가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환상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들을수록 진짜라는 확신이 들며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콜튼은 수술 받는 동안 몸에서 빠져 나와 자신이 수술을 받는 장면도, 어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전화해 기도를 부탁하는 장면도, 아버지인 토드가 홀로 울분을 참지 못해 예수님에게 아들을 살려 달라고 소리를 치는 장면도 모두 봤다고 이야기한다. 토드가 어릴 적 많이 따랐던 증조할아버지와 태어나기 직전 어머니 뱃속에서 죽었던 누나까지 천국에서 만났다고 하자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모두 콜튼이 알지 못했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 ‘천국에 다녀온 소년’에서 4살인 콜튼은 천국을 봤다고 말한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아이는 실제 보고 경험한 것을 말하듯 아주 명확하고 편안하게 천국에 대해 말한다. 토드는 아들의 말을 믿지만 강단에서 이 이야기를 전할 때는 주저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콜튼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에까지 전해지자 마을 주민들이 보인 반응도 마찬가지다. 신앙인이라고 자부하던 그들이지만 사실 마음속에 갈등하던 문제들이 있었다. ‘천국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도 그중 하나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때론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콜튼이 천국에 갔다 왔다는 말을, 그 아이가 묘사하는 천국이 진짜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영화는 천국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으로 몰입감을 높이지만,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천국이 진짜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다. 토드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신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기의 첫 울음소리, 친구의 용기, 간호사나 의사의 손, 어머니나 아버지의 사랑 같은 걸로 우리는 이미 천국을 보지 않았느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천국을 엿보고 증오와 두려움의 지옥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고 수없이 기도하면서도 그것을 과연 제대로 듣고 믿었는지 반문한다.

영화는 실화의 내용을 잔잔하게 표현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신앙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로 신앙인뿐 아니라 비신앙인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흥미로운 장면은 토드가 교회에서 설교하는 모습이다. 격식과 권위를 벗고 편안한 옷차림에 친근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 ‘갓즈 낫 데드’ 포스터. (사진출처: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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