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대형쇼핑몰 출점 후 주변 상가 1곳당 월매출 1300만원 감소
롯데·신세계·현대, 기존 상권 죽이는 출점 경쟁 도마 위에
홍익표 “등록요건 강화하고 상권영향보고서 90일 전 제출해야”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대기업의 경쟁적인 아울렛 확장으로 지역상권의 매출이 최대 50% 넘게 떨어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기존에 이미 상권을 구성한 집합상가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상인들의 불만과 호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아울렛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입법 추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협력계획서’와 ‘상권영향보고서’를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작성해 왔는데 이런 제도적 허점도 시급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에서 ‘유통대기업의 아울렛시장 진출 실태 점검’ 토론회를 열고 최근 수년간 전국 각지로 뻗어나가고 있는 대기업 아울렛 사업의 폐해를 짚었다.

아울렛 분야의 대기업 3사는 롯데, 신세계, 현대다. 그동안 도심 및 교외에 경쟁적으로 아울렛을 출점해 왔고, 앞으로도 공격적인 출점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주변 상권이 ‘몰락’의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주로 패션·잡화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각종 먹거리나 편의시설도 더해져 ‘복합쇼핑몰’로 불리는 대기업 아울렛은 그 규모가 대형마트의 10배에 달할 만큼 큰 덩치를 자랑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노화봉 조사연구실장은 이날 롯데·신세계아울렛과 타임스퀘어(영등포) 주변 314개 소상공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주변에 대형쇼핑몰이 들어온 이후 한 곳당 월평균 1300만 원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소율은 46.5%로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1억 6000만 원을 덜 벌게 된다.

노 실장은 “각 사업체가 10~20평의 소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정도가 대단히 크다”며 “특히 의복·신발·가죽제품은 53%의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금액적 피해 감소율은 집합상가가 56.4%로 가장 컸다. 상점가(41.1%)와 도로변상가(35.7%)도 감소폭이 작지 않았다.

종업원 수는 대형 아울렛 출점 전 1개 점포당 3.1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출점 후에는 2.5명으로 20.3% 감소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쇼핑몰과 협력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는 21.3%가 긍정적으로 응답했고, 분담금도 5만 7000원 정도를 부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울렛 출점으로 인한 기존 상권 피해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주의 375아울렛은 주변에 들어선 ‘신세계 사이먼’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의 영향으로 매출이 약 40% 감소했다. 출점 전 매출 650억 원이 올해는 350억 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75여주아울렛 서광일 회장은 “기존 우리 상권과 겹치는 브랜드가 80%에 달한다”며 “이 상황에서도 신세계는 내년 2월 오픈을 목표로 증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산덕이동패션아울렛도 신세계·롯데가 진출하면서 250개 업체가 180개로 줄어든 상태다.

서울 문정동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최근 현대아울렛 입점을 둘러싸고 지역 상인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정동로데오상인조합 권오성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랜드 NC백화점 오픈 후 지역협력계획서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지자체는 ‘강제 규정’이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며 “현대 아울렛 입점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효성 있는 대기업 규제를 위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민변 양창영 변호사는 “실제로 아울렛 하나가 들어오면 수킬로미터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는데도 법적으로는 그 범위를 너무 좁게 규정하고 있다”며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픈 30일 전에 개설 예고를 하도록 돼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주변 상인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칠 수 있도록 수개월 전에 예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은 8개월 전에 개점 계획을 알려야 하고, 독일은 상권영향 평가를 통해 주변 상권의 매출이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입점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지금도 늦었지만 서둘러야 한다. 등록제는 등록요건을 강화해야 하고 상권영향보고서는 최소 90일 전에 제출하도록 해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직접 작성해서 제출하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별도의 보고서를 제출해 2개를 비교하도록 해야 하고, 이행사항도 강제할 수 있는 법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원중 뉴스타파 기자는 “대기업의 아울렛 진출 사례를 보면 기존 상권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중소상인 몰락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모럴 헤저드’다. 입지를 구하기 어려운 대기업들이 지자체 등의 도움으로 공공시설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