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얼마 전 우리나라는 13억 인구의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자랑하는 중국과 FTA를 타결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지난 10년간 전 세계 47개국과 FTA를 발효시켰고 세계 14대 경제대국 가운데 일본, 러시아, 브라질을 제외한 11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됐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임을 감안하면 한중 FTA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까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중 FTA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농축산물의 경우를 보면 품목수 기준으로 70%, 수입액 기준으로 40%만 개방하기로 해 역대 체결한 FTA 가운데 최저수준이다. 가장 우려가 컸던 쌀은 협상대상 제외 품목으로 지정했으며 고추, 마늘, 양파, 쇠고기, 돼지고기 등도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국내 농축산업계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훨씬 낮아, 한중 FTA 타결로 저가의 중국산 농축산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우리 업계가 황폐해질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쌀도 중국과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내년부터 쌀의 관세화가 이루어지는 등 개방의 물결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러한 FTA로 예상되는 농축수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뿐 아니라 오히려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축산 전 분야에 IT를 빨리 도입해야 한다.

지난 2010년 한·EU FTA 타결 시 우리나라 양돈업계는 연간 733억 원, 15년간 1조 1천억 원의 생산 감소의 피해를 본다며 크게 반발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 우리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 이상 높지만 어미 돼지 한 마리당 25마리를 출하 하고 사육, 도축, 가공 등 전 과정이 IT가 도입되어 자동화됐지만 우리는 어미 한 마리당 17마리 출하와 대부분 수작업으로 되어 생산성이 크게 낮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토마토 생산성도 네덜란드의 평균 17%, 선도농가의 경우도 53% 수준이라고 한다. IT강국으로 자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농림식품부 주관으로 지난 19일 ‘농업은 미래 성장 산업이다’를 주제로 ‘농업 대토론회’를 개최해 3대 전략과 9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농식품 기반 구축, 농식품의 6차 산업화 확산, 신성장동력 확충을 3대 축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도입해 농축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첨단 재배시스템을 도입한 스마트온실을 현재 1만 500ha에서 2017까지 1만 6000ha까지 늘리고 양계·양돈에도 ICT를 적용해 ICT 융·복합 축사를 현재의 30호에서 2017년까지 전체 축사의 16%인 750호까지 늘리며, 또한 1차 산업인 농업과 농수산물 가공, 직거래형 로컬 푸드 소비촉진 등 ICT 기반의 직거래 유통활성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농촌관광수준 향상 등 2·3차 산업과 연계한 6차산업화로 농가소득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FTA 체결 확대를 농식품 수출의 호기로 보고 농축산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해 2017년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도 설정했다.

늦으나마 정부의 정책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IT도입 분야가 좁고 속도가 너무 느린 감이 있다. 반복되는 배추, 한우 파동 등이 없도록 빅데이터 등 IT기술의 도입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IT를 활용해 생산, 유통, 판매의 연결 고리도 효율화해야 한다. 예산·인력 등 자원의 한계는 있겠지만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이 돼서 농축산인 간의 선의의 IT도입 경쟁을 유도하고 농업이 정부의 구호대로 ‘미래의 성장 산업’으로 인식하고, 농업 전문 펀드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 확대와 대기업에서도 직접투자가 가능하도록 대국민 인식전환과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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