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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데 살 수가 없어” 안달난 소비자들
편의점에서 연락 오면 바로 달려나가 구매
물량 모자란 해태, 공장 24시간 돌려도 부족
허니버터칩, 이정도면 ‘진귀품’ 수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빼빼로데이 재고품도 허니버터칩과 함께 파니까 금방 나가네요, 1만 원짜리 빼빼로 세트도 지금 막 사갔어요. 마진은 거의 못 남겼지만 재고가 팔리니 마음이 좀 가볍네요.”

편의점주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요즘 불티나게 팔린다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실감난다. 마트·편의점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도 품절 사태를 겪는 통에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귀한 과자’가 됐다. 먹고 싶은데 못 먹는 소비자는 애가 탄다.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가 지난 8월 시장에 처음 내놨다. 감자칩 시장은 짭짤한 맛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달달한 맛’으로 컨셉을 달리했다.

생감자칩에 아카시아 벌꿀을 가미해 달콤한 느낌을 주고, 12시간의 발효를 거친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사용해 고소한 느낌도 강하게 만들었다. 주요 타깃을 10~20대 여성들로 잡고 데이터를 분석해, 이들이 좋아하는 단맛과 버터향을 제품에 적용한 결과다.

결과는 ‘돌풍’으로 나타났다. 히트 제품의 탄생이다. 느끼하다, 중독성 있다, 맛있다 등 호불호가 갈리고는 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공전의 기록을 세웠다. 출시 100일이 안 돼 매출 50억 원을 돌파했고, 이달 18일 기준으로 103억 원을 넘었다.

팔려나간 봉지수는 850만 개다. 하루에 8만 개가 넘게 팔린 셈이다. 광고나 별다른 마케팅도 없이 ‘맛있다’는 입소문만으로 이 같은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오리온, 농심 등 기존 감자칩 강자들을 제치고 판매순위 1위도 단숨에 꿰찼다. 롯데마트에서는 10월 매출을 집계한 결과 70여 종의 감자 스낵류 중 허니버터칩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11월에는 빼빼로를 제외한 전체 과자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유명 감자칩 ‘프링글스’도 허니버터칩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해태는 이달 초만 해도 올해 말까지 허니버터칩으로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다. 연말까지 200억 원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찾는 사람에 비해 물량이 터무니없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허니버터칩’은 한 상자에 16봉지가 들었다. 그러나 편의점들은 며칠에 한 번 주문을 넣으면서도 고작 1상자밖에 주문할 수 없다. 16봉지는 진열하자마자 30분이 못돼 흔적도 없이 팔려나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객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부탁을 해놨다가 제품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당장 달려 나가 허니버터칩을 사오기도 한다.

해태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문막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맞출 수 없는 상태다. 편의점 본사들은 허니버터칩에 2+1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으나 물량 확보가 워낙 불안정한 관계로 더 이상의 프로모션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서울역 근처에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경영주 정모 씨는 23일 “‘허니버터칩’ 찾는 손님이 오늘만 100명쯤 왔다 간 것 같다”며 “새벽에 물건이 들어오는 관계로 아침에 출근해 보면 이미 과자봉지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는 “내일 모레(25일)부터 물류센터에 다시 주문을 넣을 수 있는데, 다음날 제품이 도착해도 구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메이저 브랜드가 아닌 개인 편의점들은 허니버터칩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점 앞에서 계속 기다리는 전략으로 물량을 좀 더 가져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허니버터칩’의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SNS 입소문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해태가 일부러 물건을 조금씩 내보내면서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물량이 심하게 모자란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해태를 제외한 제과업계는 허니버터칩이 계속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거라며 냉소적인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결국 대세는 다시 ‘짭짤한’ 감자칩으로 돌아갈 거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팔도 꼬꼬면이 큰 인기를 얻으며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듯했지만 결국 1년 만에 인기가 사그러들었다”며 “허니버터칩 돌풍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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