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교, ‘성지’ 차지하려 분쟁의 역사… 세계유산은 ‘위기’

4000년 종교 역사 기념물 220곳 도심 곳곳에 산재
최근 유대교 회당서 이-팔 격돌… 문화재 파괴 ‘위험’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인류가 지구촌에 살아오며 꽃피웠던 찬란한 문명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터전이 위험에 처했다. 분쟁으로 파손되고 밀렵으로 훼손되는 등 끊임없는 인재로 ‘위험에 처한 세계 유산’은 지난 6월 기준 무려 46곳이나 된다. 본지가 가장 먼저 살펴볼 곳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제1호로 등재된 예루살렘이다.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갖는 곳임에도 예루살렘은 4000년 분쟁의 역사를 지속하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이다.

지난 18일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의 회당에서 테러가 발생해 유대교 랍비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인 2명이 회당에서 기도 중이던 이스라엘인 20여 명을 향해 칼과 도끼를 휘두르고 권총을 난사했다. 회당 곳곳에도 총탄의 흔적이 남았다.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때문에 피로 물든 지 두 달이 지나고 이제 교전의 무대는 예루살렘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예루살렘과 요르단 강 서안지구는 매일 격렬한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 성지

4000년에 이르는 역사 속에서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성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역사적 기념물 220곳이 산재해 있으며 아름다운 기하학적 꽃무늬로 장식된 7세기경 건립된 바위돔으로 유명하다. ‘통곡의 벽’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종교적 집단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곳을 차지하려는 주권 다툼은 끊임없는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기독교 성지로 예수무덤성당과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이 있다. 유대교의 성지는 로마군에 의해 폐허가 되고 남은 예루살렘 성전의 외벽인 ‘통곡의 벽’이 있다. 또 이슬람교 성지로는 통곡의 벽 위쪽 언덕에 있는 바위돔과 알 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슬람 4대 성지 중 한 곳으로 무슬림들은 이곳을 성지순례하면 내세에서 복을 받는다고 여긴다.

▲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종교가 성지로 여기고 있는 예루살렘에는 바위돔(황금돔) 사원(사진)과 통곡의 벽 등 220곳의 역사적 기념물이 있다. (사진제공: 유네스코)

◆‘성지’ 분쟁… 세계유산 파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배경에는 구약성경에 기록된 아브라함의 두 아들의 적대감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4000년 전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과 이스마엘의 악연이다. 이삭은 유대교, 이스마엘은 이슬람교의 시조가 됨으로써 그 악연이 이어져 내려온 것. 이후 두 민족은 ‘가나안’이라는 땅을 두고 유혈 분쟁을 거듭해왔고, 근대 직접적인 분쟁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두 민족의 관계를 악용한 영국의 간계가 원인이 됐다. 같은 지역에 각각 독립된 정부 수립을 약속한 영국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때문에 분쟁은 촉발됐다. 영국은 책임을 유엔에 떠넘겼고, 1948년 유엔은 이스라엘의 독립과 동시에 ‘동예루살렘은 국제관할에 둔다’고 결의했다. 이후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때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차지하며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복잡한 이 지역 국제 정치 상황 때문에 1981년 요르단 신청에 의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엄청난 관광객과 관리 정책의 미흡으로 인해 유적이 파괴되고, 무절제한 도시 개발로 인한 파괴 위험이 커지자 다음 해인 198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세계유산, 대체 불가한 삶의 원천”

▲ 한 유대인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유네스코)
유네스코는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오늘날 그 속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산’ ‘자연유산과 문화유산 모두 다른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삶과 영감의 원천’이라고 세계유산을 정의하고 있다. 현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은 총 1007개이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이 779점, 자연유산 197점, 복합유산이 31점이다. 2014년 7월 기준 세계유산협약 가입국은 191개국이다.

유네스코 관계자는 “예루살렘은 분쟁 때문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한번 파괴된 유산은 다시 복구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유네스코의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