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한 지하교인 플래시를 켜 성경을 읽고 있다. 북한에서는 성경을 읽다 발각되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총살당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DB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성경이 있어도 보지 않는 남한 교인과 달리 3.8선 너머 북한 지하교인은 성경을 소유하거나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거나 총살되고 있다. 북한은 기독교인을 체제를 위협하는 1순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에는 약 1200개의 지하교회와 20~30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일 로마 가톨릭 교황청 직속기구인 국제가톨릭사목원조기구는 북한을 ‘세계최악의 종교박해국’ 20개국 중 하나로 꼽았다. 이 기구가 밝힌 ‘2014 세계종교자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적어도 80명의 주민이 성경책을 갖고 있거나 한국TV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처형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월에도 2명의 북한 기독교인이 죽임을 당했다”면서 “한 명은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 북경을 넘다가 총살됐으며, 다른 한 명은 중국에서 기독교 신자가 된 후 북한으로 돌아갔다 발각돼서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12년 12월 내용을 인용 “북한이 성분(成分)체제를 통제하면서 기독교인을 적대계층으로 분류해 가혹한 처벌과 박해를 가한다”고 밝혔다.

탈북민에 의해 구체적인 박해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9년 북한 인권단체 연합 ‘반인도 범죄 조사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선교를 해온 30대 기독교 신자 이현옥(가명·여) 씨가 북한 국가보위부에 적발된 이후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죄목은 “기독교인으로 활동하며 성경책을 배포했고,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을 조직하면서 미국, 한국과 연계해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7월 북한정의연대와 북한개선모임이 주최한 ‘북한의 종교박해실태 고발’ 기자회견에서 탈북민 한정희(44, 전도사) 씨는 “함북 온성군 강안리 11호 종교수용소에서 총 반장으로 있는 동안 약 4000여 명의 기독교인이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차출당한 기독교인은 생체실험 대상이 됐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북한이 수년째 ‘세계최악의 종교박해국’으로 지목되면서 북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간 국제사회에 확산돼왔다. 이는 지난 18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법이 가결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정작 남한에서는 지난 2005년 북한인권법이 발의된 이후 정쟁과 이념 논리에 밀려 국회에서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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