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등 30여 명이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는 철거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설치 7개월 만에 철거
추모공간 마련… 기억·추모·참여·치유 주제 담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21일 오후 철거를 앞둔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분향소 앞. 유가족 등 30여 명이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섰다. 향내가 바람에 흩날렸다. 침묵이 흘렀다. 하얀 국화꽃을 든 어머니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켜보는 아버지들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국화꽃 한가운데는 다양한 표정의 아이들 사진이 놓였다. 추모객들은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인사를 고인에게 했다. 서울시는 오후 9시를 기해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설치된 지 200여일 만이다. 서울광장은 잔디가 넓게 깔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유족들은 “세월호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분향소 철거를 제안한 건 서울시였다. 철거를 원하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한다. ‘유민 아빠’ 유영오 씨는 “우리 마음 같아서는 분향소가 서울광장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지만, 서울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 주장만 내세울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분향소를 대신할 추모 공간도 마련했다. 서울도서관 3층 서울기록문화관에 설치한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다. 일상 속에서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목적에서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교훈 삼을 수 있도록 기억·추모·참여·치유 총 4가지 주제를 담았다”고 했다.

기억공간 개장식에서도 유가족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 배치된 투명상자엔 노란 종이배들이 담겼다. ‘이제 춥지 않고 따뜻한 곳에서 쉬세요’ ‘친구들아 미안해’ ‘하늘나라 가서는 편안하길 빌게’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한 유족은 “‘우리 아들 딸들 사랑하고 죽어도 잊지 않을게. 잘 지내…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유 씨는 “좁더라도 기억만 됐으면 좋겠다. 서울시청이 오랫동안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과 고마움도 교차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 덕에 광화문광장에서 계속 촛불을 밝힐 수 있었다”며 감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월호 특별법이 너무 미비해서 이대로 끝낼 순 없다.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계속하면서 감시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저희가 바라는 것은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 이선욱(57, 여) 씨는 “아이들 영정 사진을 보니까 같은 엄마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 경제개발만 우선할 게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