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추어탕과 경상도 추어탕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경상도와 전라도 추어탕(鰍魚湯)은 서울, 경기, 강원도와 달리 미꾸라지를 갈아서 한다. 민초들의 논뚜렁 메뉴로, 농사일에 지친 농사꾼의 보양식에서 출발해 오늘날 온 국민의 보양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음식이 추어탕(鰍魚湯)이다. 

한편 추어탕(鰍魚湯)은 불포화 지방산과 생리 활성 촉진 비타민이 고루 들어 있어 정력감퇴와 고혈압의 예방 효과에 탁월하며, 점액 물질인 뮤신에 황산콘드로이친(chondroitin sulfate)이 다량 함유돼 있어 세포의 노화와 위축, 색소와 칼슘의 침착에 의한 피부 윤기의 떨어짐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데에도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가장 대중화 된 추어탕이 전라도추어탕을 대표하는 남원식 추어탕이다. 이 남원식 추어탕은 1959년 경남 하동 출신의 서삼례 할머니가 남원 광한루 옆 옛 육남시장 자리 천변에서 문을 연 새집추어탕을 시작으로 한다.

서삼례 할머니가 장사를 처음 시작한 지붕을 억새풀로 얹은 집이었다. ‘새집’ 이란 말도 ‘억새풀집’의 순 우리말이다. 서삼례 할머니는 새집에서 남원추어탕과 추어숙회를 개발해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단지에 산미꾸라지를 넣은 후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덮으면 놀란 미꾸라지가 서로 부대끼며 해감해 몸속의 진흙을 빼고, 해감 된 미꾸라지를 소쿠리에 담아 호박잎으로 문질러 거품이 나지 않을 때 까지 비비고 행군 다음 솥에 삶아 으깨어 채에 걸러 낸다. 이러한 방식은 경상도식나 전라도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전라도식은 미꾸라지 육수에 된장, 다진 마늘, 생강즙을 넣고 다시 끓인 후 시래기와 파, 미나리, 부추, 토란대, 숙주 등을 넣고 들깨를 넉넉히 넣어 걸쭉하고 들기름을 넣어서 풍미를 더하는 것이 가장 대중화 된 남원식 추어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멸치, 닭, 소고기, 장어머리 등을 우린 육수를 가미하는 집도 있다. 미꾸라지를 삶은 물에 된장을 풀어 사용하고 별도의 육수를 가미하지 않은 맑은 경상도식과는 다르게 진하고 걸죽한 것이 대조적이다.

새집을 창업한 서삼례 할머니는 추어탕 외에도 미꾸라지에 밀가루를 살짝 입혀 찐 다음 마늘, 파, 흑임자, 맛소금 등의 양념을 넣고 곱돌냄비에 좀 더 익혀 계란으로 살짝 덮는다. 그리고 상추와 쑥갓에 초고추장을 발라 익힌 미꾸라지에 거친 지느러미와 미끈미끈한 감촉을 줄이고 미각을 돋우기 위해 마늘과 풋고추를 섞은 계란을 덮은 추어숙회를 개발하기도 했다.

한편 추어탕 외에도 남원은 미꾸라지를 잡아 대파 속에 넣고 구운 별미인 미꾸라지 대파구이를 비롯해 추어조림, 추어전, 미꾸라지 깻잎말이 튀김 등 추어요리에 관한한 가장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경상도식추어탕은 으깬 미꾸라지에 된장을 풀고 우거지나 배추를 넣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며, 부산, 경남 등 지역에 따라서는 우거지나 배추 외에도 토란대, 부추, 방아잎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열무보다 작은 크기의 파종한 무를 솎아낸 무청을 우거지를 대신해서 사용한 푸른빛의 국물이 유난히 맑은 추어탕을 최고로 치지만 이러한 추어탕은 9~10월경에만 맛볼 수 있다. 풋고추와 마늘다짐이 등을 넉넉히 넣고 솥뚜껑에 산초열매를 넣어 볶은 다음 손바닥으로 비벼 가루를 추어탕에 넣어 먹기도 한다.

경북의 추어탕은 1950년대 초 상주출신의 천대겸 할머니가 문을 연 대구의 상주식당이 유명하다. 1963년 청도 의성식당의 김말두 할머니가 문을 연 이후부터 유명해진 청도식 추어탕에는 미꾸라지보다 청도의 동창천, 다로천, 밀양 얼음골 등에서 잡은 쏘가리·메기·꺽지·망태·퉁가리 등 민물잡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혹자는 청도식 추어탕에는 미꾸라지(鰍)가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추어탕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원래는 미꾸라지를 주재료로 추어탕 끓이는 방식으로 해오다 미꾸라지 구하기가 청도의 동창천, 다로천에서 잡히는 민물잡고기 구하기가 더 쉬워 민물잡고기 추어탕이 청도식으로 정착돼 지금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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