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며칠 전에는 금년 전국체전의 마라톤 대회 출전을 끝으로 은퇴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의 팬 미팅 행사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행사를 마치고 팬들이 두 줄로 길을 만들어 제2의 인생길을 박수로 떠나보냈다고 한다.

유명한 연예인이 아니고, 더더욱 수입이 엄청난 인기 스포츠 프로 선수가 아닌데도, 많은 팬들과 국민들이 은퇴하는 마라토너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는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우승했기 때문이 아니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땄기 때문도 아니다.

2001년 보스턴마라톤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였지만,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땄을 뿐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처럼 비록 올림픽에서 금메달은 못 땄고, 또 우리나라에 엄연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존재하고 있는데도 이봉주 선수가 국민영웅으로 대접받는 것은 그가 금메달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마라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언론이 내리는 평가이다.

양쪽 발의 크기가 다른 짝발이었던 탓에 남모를 통증을 앓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은퇴하는 날까지 큰 경기에서 41번째나 풀코스를 뛰어서 세계 마라톤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대기록을 세운 위대한 선수인데도 그는 교만하지 않고 순박하며 늘 겸손한 미소를 표정 속에 담고 있다.

이번에 마라톤이 인생이었던 한 위대한 영웅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흔히 두 번 살 수 없는 인생을 성공하려면 마라톤을 완주하듯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마라톤과 같은 한 평생의 인생을 완주하여 성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씨앗을 파종하기 전에 오랜 기간 동안 땅심을 기르듯 어려서부터 체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단순하게 신체적인 힘만 강하게 기르는 것이 아니라, 발달 단계에 적절한 기본생활습관과 폭 넓은 사고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마라토너들이 그렇게도 힘든 마라톤을 즐기듯이 어려서부터 어린이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이 보고, 느끼고, 체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독서도 많이 하면서 자연활동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부모가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스스로 목표를 세워 끈기 있게 노력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마라톤 경기 초반에 서둘러 뛰다가는 결코 완주할 수 없다. 인생의 초기인 영유아기에 서둘러 많은 것을 무리하게 가르치려고 하다가는 그 다음 인생코스에서 길러야 할 모든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할 수가 있다. 어린이가 하고 싶은 일은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즐겨 하는 법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하나의 활동에만 몰입하여 부모를 걱정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라톤 경기 내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면 완주는 할 수 있지만 기록은 엉망일 것이므로 성공한 완주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퍼트를 할 때는 최선을 다해 진력할 수 있는 의지를 어려서부터 길러주어야 한다.

마라톤에서는 대부분 목표 지점에 거의 도달한 곳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하게 되는데, 극도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스퍼트 해야 하는 이 근처에는 어김없이 언덕이 있는 것 같다. 인생역정으로 보면 화려한 성인기에 넘어야 할 어려운 고비가 많은 격인데, 이때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인생을 성공하기 위해서 어린 시절에 체력과 정신력뿐만 아니라 인지, 정서, 사회성 등의 조화로운 발달의 기초를 길러야 하는 것이다.

마라토너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고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지, 일찍부터 남보다 앞서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는 조급함이 아니다. 스스로 즐기면서 노력하지 않는 마라토너가 처음부터 좋은 운동화를 신는다고 뛰어난 기록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너무 이른 나이에 부모가 강요해서 비싸고 좋은 교재로 가르친다고 하여 교육의 효과가 있거나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상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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