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학교의 급식이 중단된 20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자녀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물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교 비정규직 파업 돌입… 급식 차질로 ‘혼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20일 전국 초·중·고교 비정규직 직원들이 학교 내 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학교 급식에 혼란이 빚어졌다. 학교 비정규직 3개 노조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정부를 상대로 급식비 지급, 방학 중 생계보장 대책 마련, 근속인정 상한제 폐지, 3만 원 호봉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이날 3개 노조 소속 전국 6만여 조합원 가운데 2만여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이들의 70%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급식실 종사자들이다. 이에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급식이 중단돼 도시락 배달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파업 대상에 포함된 서울 영등포구 B초교 앞에선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들고 학교를 찾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직장 유니폼을 입고 교실로 들어가는 학부모들도 보였다. 직장에서 급하게 나왔다는 학부모 C(38, 여)씨는 “오늘과 내일은 이렇게 학교로 와서 자녀와 같이 밥을 먹고 다시 직장에 가야 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파업기간이 이틀인 만큼 크게 불편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학부모 김경애(49, 여) 씨는 “모처럼 자녀를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봤다”며 “나는 전업주부라 괜찮지만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은 파업이 장기간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양희영(37, 여) 씨는 “조리원분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면 개선돼야 한다”며 “이분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아이들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날 급식이 중단된 학교들은 대부분 도시락, 빵, 우유 등으로 대체했다.

이날 연대회의는 “오늘과 내일의 총파업 투쟁은 1차 경고 총파업”이라며 “이후에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성실한 대안을 내지 않으면 언제든 파업대책위원회의 파업 지침에 따라 총파업 투쟁을 전개할 만반의 준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남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도교육청이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함에 따라 파업을 유보했다. 노조와 도교육청은 상여금을 방학기간인 1월과 8월에 각 50만 원을 지급하고 장기근속수당 상한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8년으로 확대, 무기계약 근로자에 대한 고용 보장 등에 합의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합의한 내용이 학교 비정규직 차별 해소 요구안에 흡족하지는 않지만, 무기계약 노동자의 고용 보장과 상여금 지급으로 최소한의 방학 중 생계대책이 마련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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