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국가혁신의 기조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첫 인사를 단행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전 삼성광통신 대표를 발탁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관료 출신이 아니라 민간인을 기용한 것도 주목되지만, 더욱이 삼성그룹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경력까지 전해지면서 그에 대한 기대는 더 크다고 하겠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인사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적절한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도 아픈 대목이지만 그런 인사마저 시스템이 아니라 ‘비선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인사참사’ 수준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수없이 해명을 했지만 그러나 국민은 믿지 않았다. 청와대 공식 시스템을 통해 인사가 이뤄졌다면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런 국무총리 후보자들이 발탁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어딘지 모르는 다른 곳에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국정농단 세력이 따로 존재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국정운영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집권 2년차까지 인사문제로 좌충우돌했던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국민적 불신을 깊이 성찰해 봤을 터이다. 이번에 국무총리실 산하에 인사혁신처를 두고 그 첫 인사를 민간부문에서 발탁한 것은 그런 고민과 결단의 산물로 믿고 싶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싶다. 정부에 인사담당 전문 부처를 설치하고 그 책임자에 관료가 아니라 민간인을 발탁했다고 하더라도 청와대가 흔들면 모든 것이 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정부조직 편제로 보더라도 힘없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배치됐다. 청와대 안에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도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총리실 산하의 차관급 인사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인사혁신처의 인재 발탁과 검증의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그래야 강호의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무능하고 자질이 의심스런 인물들은 이 단계에서부터 배제되고 말 것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인재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등용하면 될 것이다. 물론 이근면 내정자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 있다는 점을 접고 직언을 고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활동했던 민간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가 헛되지 않으리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