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인권실태 조사를 주도한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그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에 대해서는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인권 유린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대해 유엔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중요한 조치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유엔은 결의안 가결 처리
한국은 국회서 계류 10년
여야, 정치·이념논리 맞서
정작 북한 인권엔 무관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통과됐지만, 우리나라 국회에 계류된 북한인권법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가결 처리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국내 상황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국회에서 거의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매번 여야 공방에 막혀 17대와 18대 국회는 물론 19대 국회에서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가 총선 후 발의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야당에선 올해 초 북한인권법 처리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법안 처리는커녕 논의마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는 동안 다른 나라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사례가 늘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공표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부 주의회에서도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북한인권 운동에 협력해왔다.

국내에서 북한인권법 처리에 적극적인 쪽은 새누리당이다. 19대 국회 들어 윤상현, 황진하, 이인제, 조명철, 심윤조 의원 등이 순서대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발의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통일부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 계획 수립과 집행, 북한인권재단 설립,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등이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여당의 북한인권법에 대응하는 격으로 심재권 의원이 ‘북한주민인권증진법안’, 인재근 의원이 ‘북한주민에대한인도적지원에관한특례법’을 내놓은 바 있다. 북한주민의 생존권과 기초 생활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하지만 지향점이 서로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당은 “무조건적인 퍼주기식 지원은 안 된다”며 북한 인권 개선과 대북 시민단체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달리 야당은 북한 인권 문제를 생존권 차원에서 보고 인도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북한인권재단 설립 조항이다. 야당은 이 재단에 투입될 자금이 대북 전단 살포 단체 등에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북한인권법 처리에 대해 당리당략, 진영논리로 접근하면서 정작 본질적인 북한 인권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언급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여야 합의가 안 돼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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