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라움에서 진행된 내한공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천지일보(뉴스천지)
“나에게 목소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행운”
백혈병 이기고 다시 노래하며 음악 느끼는 법 터득
4년만에 내한공연… “한국 관객 클래식 식견 풍부”
‘사랑’ 주제로 음악 인생 40년 대표곡 선사
공연 수익금 중 일부 중증장애인 시설에 기부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세계 3대 테너 중 한 사람, ‘은빛 테너’ 호세 카레라스(68)가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18일 내한한 그는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19일 그의 목소리를 기다려왔던 대중 앞에 섰다. 22~23일 양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내한공연을 앞둔 기자회견이었다.

호세 카레라스는 멋스러운 백발에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카리스마 넘치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드러내며, 조금 불편해 보이는 걸음으로 등장했다.

▲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왼쪽)에게 전달할 기부증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호세 카레라스. ⓒ천지일보(뉴스천지)
27년 전 그의 나이 41세였던 1987년, 파리에서 ‘라보엠’의 영상 촬영 도중 쓰러져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팬들의 골수 기증으로 이식 수술을 받고 치료한 덕분에 이듬해 기적적으로 몸을 회복했지만, 목소리를 잃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으로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

1989년 15만여 관중 앞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칼리프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의 마지막 소절 “빈체로! 나는 승리하리라”를 외친 그는 백혈병을 이기고, 진정한 인간승리와 예술혼을 보여주며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또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전야제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The three tenor(3대 테너)’ 무대를 선사해 감동을 전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내한공연과 더불어 세계무대에 오르고 있다.

성악가에게 목소리는 ‘전부’다. 그래서 성악가에게 자신의 목소리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당연하다. 이날 호세 카레라스도 어김없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목소리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제 목소리는 제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언제나 같이 있고,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줍니다. 확실한 것은 제 목소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는 점입니다.”

병마와 싸워 이긴 그에게 목소리는 누구보다도 특별할 것이다. 최근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생에 아주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지나가면 누구나 더 성숙하고 유연해진다. 목소리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만 67살인데, 30년 전에 하던 것을 그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겠지만, 나의 음악을 느끼는 방법을 더 터득했다”고 전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 이날 그는 “한국 관객들은 나와 도밍고 같은 테너들을 한꺼번에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식견과 지식이 풍부하다”며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호세 카레라스의 이번 내한공연은 아시아 투어 중의 하나로, ‘사랑’을 주제로 펼쳐진다. 그는 벨리니의 ‘불꺼진 창’, 토스티의 ‘최후의 노래’ 등 음악 인생 40년을 조명하는 대표곡들을 부를 예정이다.

카레라스는 “관객들이 제가 노래하는 동안 느끼는 감정들을 똑같이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완쾌한 1988년 이후 본인이 수학한 바르셀로나에서 ‘호세 카레라스 국제 백혈병 재단’을 맡아 미국과 스위스, 독일 등에 지사를 두고 지금까지 활발한 공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 수익금 중 일부도 에덴복지재단(이사장 정덕환)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시설에 기부한다. 특히 이날은 기자회견과 동시에 기부증서 전달식도 진행됐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 중인 소프라노 캐슬린 김,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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