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교육권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신분과 나이 증명 어려워… 범죄 위험↑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올해로 25주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아동의 존엄성과 권리는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있는 무국적·신분증명이 없는 이주아동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아 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일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국제관에서 개최한 ‘이주아동 정책 토론회’에서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무국적 아동 신분증명 보장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희경 부장은 “1세대 미등록 아동이 성장하는 20년간 한국사회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무국적 2, 3세대도 1세대와 비슷한 궤적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은 탓에 현재 국내에 무국적 아동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통계로 가늠할 뿐이다. 지난 7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라고 부르는 미등록 외국인 수는 18만 7000명이다.

이 중 18세 이하 아동은 1.5% 수준인 2000~3000명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파악되지 않은 미등록 외국인 숫자는 이보다 많기에 18세 이하 아동의 수도 더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국적자는 어떠한 국가에 의하여도 그 법률의 시행상 국민으로 간주되지 않는 자를 말한다. 국적이 등록되지 않은 아동은 성장하면서 필수적으로 누려야 하는 건강권․교육권을 향유할 수 없다.

병원 치료 혜택은 물론 어린이집, 유치원에도 다닐 수 없다. 초등학교 입학은 가능하지만 취학 통지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학교에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또 나이를 증명하기 어려워 미성년자가 어른에게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고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될 위험도 커진다.

김 부장은 “왜 한국사회가 미등록 이주아동까지 돌봐야 하느냐는 반론을 종종 듣는다”며 “아동에 대한 양육과 보호의 책임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에도 있다. 사회가 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주 아동의 불안정한 상태 해소와 권리 실현의 보장을 위해선 먼저 공무원 통보의무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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