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11월 10일 서해 대청도 해상에서 거둔 우리 해군의 빛나는 승전은 국민의 군대로서 군이 국민에게 준 최상의 선물이었다. 국민은 이번 해전승리를 통해 우리 군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게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 군의 자위역량에 대한 확신감과 안도감을 갖게 됐다. 안보에 관한 한 걱정 없이 생업에 몰두해도 좋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갖게 됐으니 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

다행히 우리 군은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전쟁은 항상 목숨이 걸린 싸움이다. 죽기로 싸우지 않으면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함포가 빗발치는 해전에서 영광스럽게 승전하고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그 우리의 해군 영웅들도 전투 시에는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을 티끌처럼 내던졌던 담대한 사람들이다. 군인이라는 직분과 운명, 꼭 그 싸움과 맞닥뜨려야 했던 우연성과 필연성을 다 감안해도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것이 어찌 숭고하지 않으리요. 마땅히 우리는 이들의 용전분투와 노고를 크게 치하해야 마땅하다. 지휘관부터 병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응당한 국가적 국민적 보답이 있어야 한다.

이번 해전의 승리가 국민에게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은 세대 간의 편견과 간극을 믿음으로 채워주었다는 점이다. 해전에 참여한 다수는 입영하기 전에는 집에서 이기적이고 철부지만 같아 부모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예사이던 우리의 젊은이들 내지 신세대 아들 딸들이다. 이들이 승전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걱정들이 부질없는 기우였음을 입증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 젊은 아들 딸들은, 앞서가는 세대들이 이들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책임감, 희생정신, 강인함과 용기에 있어 조금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장차 나라 살림을 맡겨도 걱정할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국민들이 갖게 됐다. 이 또한 크고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을 이렇게 의젓하게 길러낸 우리 군사 지도자들의 숨은 지도력과 노고에 대해서도 감동을 느낄 만하다.

이번 해전은 우리 군이 단호하고 용감할 뿐 아니라 슬기롭기까지 하다는 것을 과시한 싸움이었다. 우리 해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 꼬리를 내리고 퇴각하는 함선을 뒤쫓지 않거나 포화를 더 쏟아 붓지 않은 것은 확전을 막은 절제이며 슬기로움이다.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북방한계선 우리 영해를 감히 한 척의 함선으로 침범한 것은 북의 유인 전술이었다고 판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해군은 단 2분 동안의 소나기 같은 포화로 북의 함선을 무력화 시키고 전투를 승리로 완결지었다. 그들은 지금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니 뭐니 하고 보복에 나설 것 같은 협박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우리의 철저한 군사적 대비태세와 함부로 도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충분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당시 북방한계선 북측 해상에는 북의 함선 몇 척이 더 있었고 더구나 황해도 연안은 우리 측 함선을 겨냥한 해안포와 대함미사일 기지들이 촘촘히 구축돼 있다. 우리 군이 이에 대비할 만한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번 해전 순간에도 그러했거니와 어쨌든 이곳은 언제나 덫이 깔린 조심스런 위험 지역인 것만은 틀림없다. 우월한 전투력과 군사 대비태세 못지 않게 도발자의 꼬임에 빠지지 않는 슬기로움이 발휘돼야 하는 곳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이번 도발은 그들이 한편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해 대화 무드를 조성해가면서 저지른 상식적으로 일탈된 행동이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가 볼 때 번번이 납득하기 어렵고 무모한 도발을 해온 것이 북의 습성이지만 이번 역시 그 도발 의도가 아리송하다. 완벽한 지피지기(知彼知己) 측면에서 그 도발 의도를 파악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어떤 의도에서든 간에 북이 도발하거나 우리를 시험해보려는 마음 자체를 가지지 못하도록 저들보다 월등한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번 해전을 계기로 이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더욱 굳건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순진한 평화 이상주의자들이 막무가내로 군비를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인간이 사는 현실의 세상은 천사들이 사는 곳이 아니다. 깨지기 쉬운 평화는 힘으로, 궁극적으로는 군사력에 의한 자위역량으로 지켜내는 것이다. 물론 과잉 군사력은 낭비다. 그렇지만 힘이 없으면 평화도 없고 국민 복지도 생각할 수 없다. 이를 입증하는데 굳이 역사를 들먹일 것까지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 명확하다. 각국이 선린과 우호를 내세우면서도 알게 모르게 힘의 비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실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가 굳이 북한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경제력으로 세계 10 위권의 국력에 맞는 군사력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국가의 이익을 지켜내는 힘이요 평화를 수호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왜 평소에 힘을 기르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지는 우리의 젊은 영웅들이 승리를 일구어낸 이번 제 3차 서해 해전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이번 해전의 승리는 더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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