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루저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사자인 대학생 이모 씨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키 작은 남자와 사귈 수 있냐”는 질문에 “외모가 중요해진 오늘날 키는 경쟁력이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 패배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루저 발언’은 원칙적으로 공영방송에서 방영될 적절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동안 해당 프로그램은 국내 외국인 여성들을 출연시켜 된장녀 발언 등 ‘외모 지상주의’를 지나치게 조장해왔다는 측면에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루저 발언’ 당사자인 이모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신중치 못했다”면서 사과의 글을 띄워 진화에 나섰다.

이 씨는 또 사과문에서 “작가들이 써 준 대본을 읽었다”라고 말해 공영방송이 시청률에 집착한 나머지 방송의 공적기능을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일부 출연자를 제외하고 대다수 방송 출연자들은 방송 제작자의 의도대로 발언하는 것이 대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의 잘못을 개인에게 지우는 것은 공영방송의 횡포이자 무책임한 처사다.

지성인인 대학생 신분으로 작가의 대본을 무비판적으로 발언한 것도 문제지만 발언으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당사자 이 씨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다.

파문의 주역인 방송국은 뒤로 물러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현실은 비단 KBS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모 의원은 MBC의 PD수첩을 지목하면서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의 직간접적 피해가 수조 원에 달하는데 이에 대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답변에 나선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은 “제작 당사자인 PD수첩 PD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보직 이동만 됐다”라고 말했다. 사고는 쳤는데 누구 하나 책임질 사람은 없다라는 것이 방문진의 답변이자 방송계의 현실인 셈이다.

공영방송의 최대 의무는 공익성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볼모로 PD나 방송국 이익을 대변하는 사기업으로 변질시켜서는 안된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고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것이 공영방송의 본분이며 그로 인해 사회의 건전성이 확보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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